유통 과열, 대형 체험형 매장 점점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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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고객님~!” 4일 기자가 찾은 서울 연세대 앞에 자리잡은 모바일기기 유통점 `컨시어지`. 회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젊은이들이 풋풋한 인사로 반긴다.
20대 젊은이로 붐비는 신촌 연세로. 지하철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 쪽으로 향하는 1㎞ 남짓한 길가를 따라 신개념 모바일 유통매장이 12개나 들어섰다. `T월드` `올레샵` `U+스퀘어` 등 기존 이동통신 3사 매장은 물론이고 `삼성모바일숍` `컨시어지` `프리스비` 등 제조사 직영점과 전문유통점도 젊은 고객 끌어안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 과거 구멍가게식 판매점이 아닌 대형 체험형 매장이다. 테이블에 팔을 기댄 채 흥정하듯 고객을 맞이하는 매장 직원 모습은 찾기 힘들다. 봄을 상징하는 형형색색 옷을 맞춰 입은 직원들은 판매원이라기보다 컨설턴트에 가깝다.
매장을 찾은 고객도 의류매장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처럼 관심 있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자유롭게 만져본다. 삼성모바일숍 신촌점에 근무하는 정은지 사원은 “고객들이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뿐만 아니라 인근 매장 가격도 비교하며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다음 달 단말기자급제(블랙리스트) 도입을 앞두고 20대가 몰리는 이른바 `젊음의 거리`는 이미 휴대폰 유통전쟁이 한창이다. 블랙리스트는 이통사에서 개통하지 않은 단말기도 어느 매장에서나 자유롭게 사고파는 개방형 유통제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단말유통 개선계획을 발표한 이후 다음 달 시행을 목표로 마지막 준비작업을 진행한다.
휴대폰 유통이 기존 제조사-이통사-대리점(판매점)-이용자 구도뿐 아니라 △제조사-전문유통사-이용자 △제조사-이용자 △이통사-이용자 등으로 넓어져 각 사업주체 간 유통전쟁이 예상된다.
단말 교체주기가 짧은 젊은층은 제조사, 전문유통사, 이통사의 1순위 공략 대상이다. 신촌을 비롯한 대학가에 다양한 모바일 유통매장이 들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역 부근에는 최근 기존 건물을 대형 체험형 매장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SK텔레콤 직영점으로 만나겠다`는 대형 현수막도 걸렸다.
세종대에는 아예 학생회관에 애플 스마트패드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매장이 들어섰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도 관련 매장 입점이 추진된다.
대학가가 아니더라도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모바일 유통 격전지다. 전문유통업체 컨시어지는 건국대와 대학로는 물론이고 롯데백화점 본점·강남점을 비롯한 전국 주요 지점에 매장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명동 중심가에 모바일 전문매장을 열려다 조건이 맞지 않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유통 주체 다원화를 넘어 매장 형태도 바뀌었다. 해외 애플스토어 영향으로 국내 주요 매장 대부분이 체험형으로 탈바꿈했다. 규모도 대형화하는 추세다.
이채로운 매장도 등장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삼성동에 `T월드카페`를 열었다. 방문 고객이 커피를 마시며 첨단기기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기존 유통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점에서는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한때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이 동네 상권을 잠식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대형 체험형 유통매장 등장은 기존 구멍가게식 휴대폰 판매점에는 치명타다. 3월 말 열린 방통위 단말기자급제 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방통위 측은 “다음 달 시행에 맞춰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단말기자급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