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자급제도 실시를 가장 반기는 곳 중 하나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업계다. 역설적이지만 이를 가장 우려하는 곳 역시 MVNO 업계다. 제도 운영 결과에 따라 극명하게 득실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MVNO사업자가 단말기자급제를 기대하는 이유는 단말 조달경로 확대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MVNO사업자는 그간 제조사-이동통신사로 연계된 기존 휴대폰 유통구조에서는 최신 인기 단말기를 수급하기 어려웠다. 대규모 가입자 기반을 가진 이동통신사와 동일한 규모로 단말기를 조달하지 못해 제조사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조차 힘들었다.
단말기자급제는 소비자가 이통사 매장을 거치지 않고 공단말기를 구입하기 때문에 기존 환경과는 달라진다. 소비자가 별도로 단말기를 구입한 후 MVNO용 유심만 끼워 넣으면 얼마든지 최신 단말을 사용할 수 있다.
MVNO로서는 독자 대형 유통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가입자들에게 다양한 단말기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MVNO 가입자가 기존 이통사와 비슷하게 최신 휴대폰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은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유발한다는 장점도 있다. 통신상품 선택시 단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면 사업자간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 경쟁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레 국민 통신비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반면에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통사 약정할인을 결합한 기존 유통 형태도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통사가 요금제 가입을 전제로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동일한 단말기를 구매하려는 수요는 적을 수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 형태를 감안할 때 1~2년 약정가입을 하더라도 우선은 저렴하게 단말기를 사려는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MVNO 업계는 해결책으로 외산 저가폰 유통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국내 제조사 단말이 고가형 프리미엄폰 위주로 공급되는 것에 반해 외산은 저가 단말 제품군이 많다.
외산 저가폰 유통을 위해서는 국내 제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AS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다른 돌파구는 MVNO사업자가 단말기자급제용 유심 요금제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연계하고 약정할인을 더해 보다 나은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MVNO사업자 에넥스텔레콤 문성광 사장은 “단말기자급제 실시로 MVNO에 다양한 단말 조달 기회가 열리는 것은 맞지만 기존 약정할인 단말 유통이 여전히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점쳤다. 문 사장은 “MVNO사업자별로 마케팅, 상품기획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단말기자급제 득실이 엇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