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판교에 찾아온 봄 전령사

판교 테크노밸리 얘기다. 아직은 상업시설도 부족하고 이곳 저곳 공사 현장도 눈에 띄어 어떻게 그림이 그려질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대단한 변화가 있으리란 것이다. 기업 입주가 시작하면서 클러스터 고유의 기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그것도 성장동력으로 일컫는 ICT 분야다.

게임이 대표적이다. 판교 순환 버스 정류장에 넥슨·엔씨소프트·NHN-네오위즈 등 게임사들의 이름이 걸리면서 `게임밸리`화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나우콤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웹젠 임직원 500여명이 자리를 옮겼다. 올 초 300여명 규모의 넥슨네트웍스 서울센터가 역삼동에서 판교로 이전했다. 새 건물에는 넥슨의 실험적 예술 프로젝트인 `보더리스` 작품들이 전시됐다. 도서관에 전용 카페, 사원식당까지 있다.

중소 게임사들도 판교를 새 둥지로 낙점했다. 강남 및 신도시와 인접하면서 많은 개발인력이 함께 할 공간으로 최적이라는 판단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스마일게이트와 엔트리브다. 최근 급성장한 스마일게이트는 500여명의 직원들을 위한 새터 공사에 한창이다. 주요 퍼블리셔가 2013년이면 자리를 잡는만큼 스타트업도 허허벌판에서 새 싹을 틔운다.

판교의 봄을 보노라면 테헤란밸리의 유명한 일화가 떠오른다. 한 때 벤처 산실이라는 테헤란밸리에서도 `셋방살이`를 하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라는 이유로 건물 경비에게도 `눈칫밥`을 먹던 시절도 있었다. `게임사 사장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른바 `명품빌딩`에서 자유로운 복장의 게임사 직원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하지만 판교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재들의 공간이 되고 있다. 복장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인재들의 터전인 것이다.

`개러지(창고)창업`이란 미국의 벤처신화처럼 게임은 우리에게 반지하 창업을 하던 시절에서 지역의 기반이 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전체 문화산업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정도다.

쑥쑥 크는 우리나라 성장동력의 숲처럼 게임이란 산업의 숲도 우리의 상장동력 품으로 끌어안았음 한다. 게임이 공해산업이라고 하는 인식이나 규제로 모든 것 때려잡겠다고 하는 근시안적 태도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판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콘텐츠부)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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