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휴대폰 공단말기 판매에 나서면서 블랙리스트 제도가 몰고 온 통신사와 제조사 간 유통 대전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사의 공단말기 직접 판매에 앞서 통신사가 선수를 치는 모양새다. KT가 먼저 공단말기 판매에 돌입하면서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도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비슷한 대응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 다변화·시장조사 다중포석=삼성·LG·팬택 등 제조사가 자체 휴대폰 유통망을 대폭 보강한 가운데 KT가 스마트폰 공단말 판매를 시작해 통신사발 맞불 전략이 가시화됐다.
다음 달 블랙리스트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이통사 주도의 휴대폰 유통 구조가 제조사로 전이되면서 필수적으로 맞붙게 될 유통 대전에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KT의 이번 휴대폰 판매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진다. 당장 수익을 내려는 목적보다 블랙리스트 시행 전 공단말기 수요 예측을 위한 시험 판매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반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가입자 유치 전략 다변화 방안으로도 추진된다는 점이다. KT가 밝힌 대로 졸업, 입학 등의 선물로 공단말기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KT가 자사용 공단말기를 주로 판매하면 결국 KT 통신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LTE 단말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소진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KT는 LTE 전국망 구축이 늦어지면서 LTE 가입자가 경쟁사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공단말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외국 단말 독점 유통 창구 가능성=KT가 자체 유통망 확대가 어려운 외국 휴대폰 기업의 유통망을 자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 매출은 서비스 매출만 산출해 별 이익이 없을 것”이라며 “아직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중국산 저가 휴대폰을 유통 등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공단말을 KT에서 구매한 고객은 타 통신 서비스보다 KT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가입자 유치를 위한 창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조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은 이통사 서비스와 연계된 폐쇄 시장이었다”면서 “해외 단말 직접 구매나 중고폰 외에 국내에서 공단말을 구입하는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KT 판매가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