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전자 등 태블릿PC 업체들이 디지털 교과서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만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정부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현 종이 교재들을 디지털 교과서로 전환할 경우 엄청난 예산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30일(현지 시각) 올싱즈D, 더 버지 등 외신들은 종이 교과서 등 현 교재를 태블릿PC 기반 디지털 교과서로 전환할 경우 연간 30억달러(한화 약 3조4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분석 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이처럼 높은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되면서 미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PC(미디어 태블릿PC) 시장 역시 개인용, 기업용에 이어 교육용 비중이 대폭 커질 수 있다.
미 FCC의 조사는 현 종이 교과서 등 교재 제작 비용이 학생 1인당 연간 3871달러(한화 440만원)가 필요하다는 프로젝트 레드(Project RED)의 계산에 기반하고 있다. 프로젝트 레드는 IT를 통해 교육 혁신을 추진하는 기관으로 인텔, HP 등이 후원하고 있다.
이 계산에 따르면 평균 250달러의 태블릿PC를 지급해 종이 교재를 태블릿PC 1대로 바꿀 경우 교재 제작 비용은 연간 3621달러, 태블릿PC에 모바일 단말기 1대를 추가할 경우 3811달러가 소요된다.
즉 학생 1인 당 연간 교재 비용을 최소 60달러에서 최대 250달러를 줄일 수 있다. 현재 미국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4900만명, 1인 당 연간 60달러만 줄여도 총 29억4000만달러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대의 태블릿PC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진다. 미 FCC와 교육부(Department of Education)는 향후 150달러 수준의 보급형 태블릿PC를 디지털 교과서의 플랫폼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교육용 태블릿PC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태블릿PC 업체는 애플이다. 애플은 디지털 교과서의 플랫폼으로 자사 아이패드를 내세우고 있으며 아이패드용 디지털 교과서 서비스인 아이북스2도 선보였다. 미국 일부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애플 아이패드를 교재로 구입,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교육 콘텐츠 서비스 ‘러닝허브’를 탑재한 갤럭시노트 10.1을 공개했다. 러닝허브는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LG유플러스가 아이스테이션을 통해 교육용 태블릿PC `에듀탭`을 출시한 바 있다. 에듀탭은 LG유플러스의 교육 전용 콘텐츠 마켓인 ‘에듀앱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아이패드의 가격으로는 미 정부의 예산 절감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저렴한 아이패드도 50만원대(499달러)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아마존 킨들 파이어나 소문의 구글 넥서스 태블릿PC가 적합한 가격대다.
이 때문에 7인치대의 미니 아이패드 생산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니 아이패드는 현재로선 업계 소문에 불과하지만 미 정부기관의 디지털 교과서 전환 검토나 교육 시장에 대한 애플의 공격적인 행보를 감안하면 저가격대 미니 아이패드 생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조사 결과는 지난 29일(현지시각) 미 FCC와 교육부가 소집한 출판사와 테크 기업들의 토론회에서 공개되었다. 이 날 애플부터 인텔, 맥그로힐 등 많은 테크 기업과 교과서 출판 업체들이 워싱턴에 모여 ‘디지털 교실’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올싱즈D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예산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교과서로의 전환은 그리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