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 업계, `무한최저가` 입찰로 고사 위기

전자태그(RFID) 기반 도서관자동화시스템 업계가 출혈경쟁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도입된 `다수공급자계약2(MAS2)` 입찰방식의 `무한최저가 입찰제`가 업체 간 과다경쟁을 유발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무한최저가 입찰제는 등록가 90% 이하로 가격을 제시하면 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기존 최저가 입찰방식과는 달리 이론상 1원을 써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다. MAS2 방식에선 무한최저가와 종합평가(신용평가, 특허 여부 등)를 병행한다. 하지만 종합쇼핑몰 등록 제품은 일정 요건을 통과한 제품이기 때문에 대부분 수요기관이 편의상 가격에 변별력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업체가 원가 이하를 제안하며 출혈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나이콤이 등록가의 54%라는 낮은 가격으로 창원성산도서관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이씨오가 56%에 광양중앙도서관 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입찰에서도 45% 안팎에서 대부분 수주가 이뤄졌으며 한국3M 최근 등록가 30% 가격으로 마산합포도서관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나라장터는 중소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물품 간 경쟁에선 90% 이하 투찰을 막고 있다. 문제는 RFID와 같은 일부 산업이 중소기업 간 물품으로 지정되지 못한 데 있다. RFID 도서관자동화시스템 업계에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한국3M과 같은 대기업도 포함돼 있어 RFID는 중소기업 간 물품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더욱이 1억원 이상인 제품에 한해서만 무제한최저가 입찰제를 허용하는 현행 규정이 내년부터는 5000만원 이상 제품으로 낮아질 예정이어서 중소기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매출액이 수조원대인 한국3M 같은 대기업과 달리 나이콤과, 이씨오, 벼리시스템 등 중소기업들에는 출혈경쟁에 따른 피해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 업체 임원은 지난해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지금과 같은 구도에선 내년 사업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조달청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예산을 절감하는 게 무한최저가 입찰제도 도입취지”라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섞여 있는 산업군은 중소기업 간 물품 대상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불리한 조건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확인된 문제점을 분석해 내년부터는 중소기업 간 물품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용어설명

◇MAS:다수공급자 계약.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제품을 마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것처럼 구매하는 방식.

◇MAS 2단계: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제품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등록된 제품의 업체에만 제안요청서가 발송돼 평가기준(매년 기준 변경)에 의해서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 현재는 무한최저가입찰+종합평가방식.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