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시회에서 왜 자동차가 중심에 등장했을까. 국제가전전시회(CES) 기조연설자는 벤츠자동차 회장이었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주름잡은 게 포드자동차였다. 지난달 세빗(CEBIT)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동차가 참가자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았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IT로 무장한 `스마트 카`는 참가자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눈을 즐겁게 만든 건 자동차뿐만 아니었다. 평범한 장난감에 스마트폰을 얹으니 책을 읽어주는 로봇으로 변신했다. 살아 있는 듯한 축구공도 등장했다. 공 안 칩이 공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송해 선수 기량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ICT와 융합한 세상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스마트 열풍이 산업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한다. 자동차·교육·의료를 넘어 어느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성장 가능성 덕분인지 최근 미국 유명대학 인재가 월가 대신 실리콘밸리에 몰린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월가행은 유수 인재에게 당연한 코스로 여겨졌다. 이제 실리콘밸리가 그들의 발길을 움직이게 한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아닌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그들의 롤 모델이 됐다. 제2 주커버그가 되는 꿈이 실리콘밸리를 활기차게 한다.
더욱 반가운 건 ICT를 향한 활기찬 움직임이 우리 청년 사이에도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손안 캠퍼스 도우미라고 불리는 `아이러브 캠퍼스` 개발자인 박수왕 소셜네트워크 대표가 그 중 하나다. 공지사항이나 일정, 도서관 좌석 조회, 식당 메뉴 등 학교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이 앱은 200여대학, 70여만명이 쓰는 필수 앱이 됐다. 졸업도 하지 않은 그가 청년 19명을 직원으로 둔 어엿한 벤처기업의 CEO가 됐다.
박 대표가 처음부터 쉽게 성공의 길을 밟아온 건 아니라고 한다. 수차례 실패하며 절치부심한 끝에 오늘의 성공을 이뤘다. 사실 젊은이가 열정과 패기만으로 성공을 이루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마음 편히 연구하고 개발만 하기에 필요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받을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친구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 미래가 한층 더 밝아짐을 느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정부는 ICT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청년이 그 꿈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일례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창의도전형 SW R&D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이 SW에 관심을 갖고 부담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장비구입이나 기술, 창업 등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처럼 최고의 SW개발자를 양성하고자 `SW마에스트로` 연수센터를 운영한다. 철저한 선발과정을 거쳐 뽑힌 마에스트로에게는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를 통해 실전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심층적으로 지원한다. 이외에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ICT 분야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된다. 눈여겨보고 참여한다면 도전을 향한 지름길은 얼마든지 열려있으리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옛말처럼 젊음의 무기인 열정과 패기로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는 ICT 분야에 도전하길 바란다. 여기에 각종 지원정책을 백분 활용한다면 성공에 조금 더 가까워 질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마크 주커버그에 버금갈 인물이 탄생하리라 믿는다. 지금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달려가는 청춘에게 다시 한번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kwchung@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