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일정이 끝난 지난 28일 오후 6시. 58개국 VIP의 주 무대였던 삼성동 코엑스 정상회의장은 철거작업으로 요란했다.
철거작업을 지켜보던 신지항 코엑스 행사장조성팀 과장은 “별 탈 없이 행사가 끝나 기분이 좋지만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유사 이래 최대 규모로 치러진 세계 정상회의. 준비기간만 수개월을 가졌던 행사인 만큼 단 이틀간의 일정으로 최고의 무대가 사라지는 것을 보는 마음이 후련하지만은 않았던 탓이다.
정상회의장은 여느 세계회의장과 견주에도 내용과 시설면에서 최고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회의장에 첫 발을 내디딘 각국 정상들 입에서 `fantastic` `excellent`가 쏟아져 나왔고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본 정상회의장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할 정도였다.
코엑스는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핵안보 준비기획단과 수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전시회장 컨셉트를 구상하고 제작하는데 매달렸다.
통신 케이블 매설로 지면으로부터 약 20㎝ 떨어져있는 바닥을 정비하기 위해 2300㎡ 규모의 회의장을 덮고 있는 카펫은 매일 밤 들춰졌다.
정상들이 걸음을 뗄 때 `삐걱`하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고,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만개의 못을 박으며 바닥을 정비했다.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환풍기 등 각종 설비에서 나는 소리를 소음기로 측정해가며 배치했고 외부 소음은 회의장으로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사전에 차단했다.
그동안 굵직한 행사를 치러오며 쌓은 노하우가 이번에도 큰 도움이 됐다.
코엑스는 아셈정상회의(2000년), 월드컵미디어센터(2002년), G20정상회의(2011년) 등에 이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하며 국제행사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치렀던 G20정상회의는 이번 행사를 기획하는데 참고서가 됐다.
신윤근 코엑스 핵안보정상회의 지원본부장은 “정부 측에서 각국 정상에 대한 의전에 신경 썼다면 우리는 `바닥` `소리` `공조`에 만전을 기했다”며 “지난해 G20의 경험으로 더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 회의장·오찬장·로비 등 위용을 자랑하던 핵안보정상회의장은 철거작업을 거쳐 다음달 5일부터 본래의 전시장으로 돌아간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