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산업진흥원의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첨단 디지털 영상장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27일 대전지역 영상업계에 따르면 첨단 영상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 내에 영상장비 및 시설 전문 운용인력이 없어 장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효정·이하 진흥원)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40억원 규모의 첨단 영상장비를 구입했다. 국내에 단 두 대밖에 없는 5억원에 달하는 소니 F23 카메라를 비롯해 7억원에 달하는 영상편집시스템인 인페르노 영상편집실과 합성실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장비와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고 영상 제작에 필요한 콘텐츠 편집업무를 지원할 전문 운용인력은 현재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다.
이효정 원장 취임 후 영상장비 전담인력 정원(TO)이 비서와 서무 업무 여직원으로 대체돼 지난달부터 시설팀 건축직 직원이 영상장비를 관리하고 있다. 사실상 영상장비를 빌려주고 돌려받는 단순 대여업무만 이뤄지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 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진흥원이 단순한 장비관리는 물론이고 장비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기관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로덕션업체 한 관계자는 “진흥원이 다양한 영상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올해 들어 영상 콘텐츠 편집에 따른 기술 지원을 받지 못해 우리 회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지역 업체들은 규모가 작고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 보니 영상 콘텐츠 제작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첨단 장비를 활용해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진흥원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흥원 측은 영상장비 전담인력 TO를 없앤 것은 지난 수년간 지역업체 수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나마 수도권업체도 대다수가 작품 제작에 필요한 영상편집 기사를 자체적으로 확보해 진흥원 측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존 장비 전문 운용인력이 서울 소재 기업에 취직해 퇴사와 동시에 TO를 줄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역 영상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진흥원의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고가 장비만 들여놓고 혈세만 낭비한 꼴이기 때문이다.
이효정 원장은 “취임 후 수개월을 지켜본 결과 장비를 사용하겠다는 업체 수요가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 지역업체 수요가 있다면 얼마든지 서울의 우수한 영상장비 운용인력과 연계해 장비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