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19일 월성원전을 방문해 “치열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원전관련 종사자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멈춰있던 원전에 정전이 있었던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사안이 긴박했고 고리원전 1호기 은폐사건으로 원전에 대한 국민 불안과 불신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했다.
원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선과 악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발전비용의 뛰어난 경제성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청정 녹색에너지원이다. 반면 작업자 실수라고 하지만 노심용융이 발생할 경우, 인적·물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연재해였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안전체계 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원자력의 가장 큰 장점은 전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원전의 이점은 `고작` 전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전기를 위해 인간 생명과 후손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전은 기계에 불과하고 기계는 사람에 의해 움직여 언젠가는 반드시 사고를 일으킨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하늘의 교통수단인 비행기도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 때로는 조종사의 실수로 안전성을 위협받지만 편리함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원전이 100% 안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까짓` 전기가 없다면 우리 일상은 달라도 크게 달라진다. 전기는 물과 공기와도 견줄만하다. 전기가 없다면 TV부터 냉장고·세탁기·조명과 공장에서 돌리는 기계 등은 멈출 수밖에 없다. 불편을 넘어 일상의 장애로까지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
오는 26일 서울에서 `2012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회의가 열린다는 것은 큰 의미다. 국격을 높이고 원전기술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제2의 원전수출에도 호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원전이 핵무기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은 자동차 폭탄테러가 두려워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것과 같다. 어떤 제품이 위험하다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혜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단, 전제는 있다. 원자력에 있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안전이다.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은 원전정책은 원전수출국이라는 이미지에 생채기를 낸다. 정부는 여전히 원전 확대정책을 고집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 이슈로 등장하기에 충분하다. 이미 민주통합당은 `원전 확대정책 재검토`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이 어려운 우리나라의 지형적 여건상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대량의 에너지원은 당장 없다. 정부는 빗발치는 여론을 해명하려고만 하지 말고 불신을 신뢰로 바꿀 수 있는 `소통의 답`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원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