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연구회(이하 산기회, 이사장 권철신) 산하 14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부기술 창출에 가속도를 냈다. 목표는 세계 1등 기술개발이다. 10년 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부기술 창출 기술군은 크게 3개 분야로 나뉜다. 세계 일등 도전과제와 세계 최초 소원과제, 세계 첨단 융합과제다. 지난해 말 처음 공개한 6개 도전과제에서는 국내외 특허등록 81건, 기술료 수익 51억원을 올렸다.
산기회는 다음달까지 신규 도전과제와 소원과제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학기술 7대 강국 진입도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기술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국부창출 시스템과 도전과제를 2회에 걸쳐 들여다봤다.
지난해 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휴대형 한·영 자동통역기술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외국어를 잘 못해도 해외여행에 어려움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통역률은 80%를 넘었다. 구글이 내놓은 한국어 음성 인식률과 한·영 자동번역율과 비교해서도 13~15%의 우위를 보였다.
이 자동통역기술은 산기회가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부기출 창출 모형에 따라 내놓은 연구 결과물이다.
◇국내 최초 국부기술 창출 모형설계=국부기술 창출 모형은 간단하다. 원천기술 연구와 중소기업 혁신기술 개발로 해외 시장을 장악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도전과 투명성을 담보로 하는 연구경영 및 연구사기증진 체계가 세계 1등 기술로 가는 촉매제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지난해 선정한 도전과제는 14개 출연연구기관에서 모두 27개가 추진됐다.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소원과제는 모두 18개다. 융합과제 부문에선 융복합 테마 19개가 발굴됐다. 올해 말까지 기술융합 그룹 70개를 꾸릴 계획이다.
◇R&D 패러다임 확 바꿔야=권철신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세계는 지금 제2차 기술혁신기의 중심점에 있다”며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국부기술로 R&D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패러다임이 바로 R&D경영시스템(RDMS) 개념이다. 단순한 R&D에 경영을 접목한 개발 공학적 관점에서 연구기관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산기회는 이러한 기조위에 연구전략체계를 새로 짜고 있다. 현재의 기술 마케팅 체계는 재정비할 방침이다. 또 첨단정보수집 체계도 강화한다.
◇감사기능도 `성과 창출형`으로=산기회는 연구성과 창출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감사 패러다임을 `적발`에서 `진단`으로 확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업무가 늘어나는 출연연 반발도 예상되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시스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산기회는 내다봤다.
감사 기능 개선 골자는 업무통제형 일반감사를 경영진단형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감사가 행적 낭비 요인을 적발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면, 경영진단형 연구감사는 연구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감사라기 보다는 점검에 가깝다.
출연연 관계자는 “대상은 국부기술 창출, 연구전략, 특허전략, 과제 평가를 비롯한 총 12개 항목, 24개 내용을 정해 놓았다”며 “새로운 R&D 패러다임이 정착하면 출연연의 위상이 파격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