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정보 사이트 앱스토리(www.appstory.co.kr)가 지난 2011년 12월 스마트폰 이용자 854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쓰는 3G 데이터 용량’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500MB~1GB 가량’이라고 답한 이용자가 29%로 가장 많았다. ‘1GB~5GB 가량’이라고 답한 이용자도 28%에 달했다. 다시 말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데이터 무제한’을 이용할 수 있는 54요금제를 쓰고 있다는 것.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54요금제에서 주어지는 무료 통화·무료 문자를 모두 소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카카오톡·마이피플, 애플 아이메시지(iMessage) 등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을 쓰고 있다면 무료문자를 소진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와이파이 환경에서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까지 쓴다면 무료통화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 통화 적다면 ‘맞춤형 요금제’도 무용지물?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 가입자들은 이용량에 맞게 무료통화와 문자, 데이터 이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맞춤형 요금제’를 요구해 왔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등 3개 회사는 각각 ‘맞춤형 요금제’, ‘스타일요금제’ 등 음성·데이터·문자이용량을 설계할 수 있는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요금제를 쓰려면 음성 옵션을 반드시 선택해야 하므로 기존 패키지 요금제와 비교해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예를 들어 KT ‘스타일요금제’는 음성옵션(필수)에 안심데이터(선택)와 문자 옵션(선택)를 이용해 자유롭게 설계가 가능하다. 하지만 데이터와 문자옵션이 선택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에 비해 음성옵션은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가장 저렴한 음성옵션인 ‘스타일270’은 160분 무료통화를 제공하며 2만 7,000원이다. 여기에 안심 데이터 100MB(5,000원)를 더하면 총 요금은 3만 2,000원이다.
이는 비슷한 수준의 무료음성·무료문자·무료데이터를 제공하는 ‘i-슬림’ 요금제(3만 5,000원)와 불과 3,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패키지 요금제로 ‘스마트스폰서’, ‘스페셜할인‘ 등 할인 혜택을 받던 사람이 이러한 맞춤형 요금제로 바꿀 경우 할인 혜택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음성 통화가 적은 사람에게는 ‘맞춤형 요금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가장 큰 장벽인 ‘번호이동’ 해제
지난 201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업체들도 이처럼 통화·문자는 적게 쓰는 대신 데이터를 더 쓰고 싶어하는 가입자들 공략에 나서고 있다. MVNO란 SK텔레콤, KT 등 기존 이동통신사업자가 모두 구축해 놓은 무선망을 빌려서 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때문에 통화 품질은 같지만 기본료와 통화료가 훨씬 저렴하다.
여기에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요금제 구성에서 중요시해 왔던 무료 음성 통화량을 파격적으로 줄인 대신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사업자들도 등장했다. KT 이동통신망으로 올해 초부터 MVNO 사업을 시작한 CJ헬로비전(cj.hellocj.co.kr)은 ‘헬로세이브 20,000원’, ‘헬로세이브 25,000원’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두 요금제의 특징은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는 쓴 만큼 돈을 내지만 무료 데이터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0원 상당의 유료 서비스인 올레 와이파이존 서비스도 제공받는다. 뿐만 아니라 보급형 스마트폰과 함께 24개월 약정으로 이용하면 70%에 가까운 할인 혜택을 받아 실 납부액이 3만원 미만으로 낮아진다.
■ 마지막 장벽 ‘번호이동’ 곧 사라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VNO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적다. 방송통신위원회(www.kcc.go.kr)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SK텔레콤 MVNO 가입자는 7만 3,000여 명, KT 가입자는 32만 2,000여 명, LG유플러스는 3만 1,000여 명으로 43만 명에 못 미친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가입자가 적은 이유를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과 ‘번호이동 불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오는 4월 말부터 이동통신 3사와 MVNO 사업자간 번호이동을 시행하고 정부도 오는 7월 ‘이동전화서비스 번호이동성 시행등에 관한 기준’을 개정해 MVNO 사업자들의 번호이동을 법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사업자간 장벽이 사라지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