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4)정책 균형감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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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지난 4년간 우리나라 통신방송 정책에 민주통합당이 매긴 성적표다. 시작과 기대 효과는 거창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우세한 것이다. 종편 채널은 낮은 시청률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토종 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지상파DMB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의 탄생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서 표현의 자유 문제와 맞물려 있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인터넷 실명제)`는 수년 동안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방송과 통신 간 심리적 골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업계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융합(Convergence)이라는 정책 목표를 향해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디컨버전스(Deconvergence)` 상황도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산업진흥보다는 정치 슈에 매몰된 것이 정책운영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용두사미` 정책=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선도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IPTV와 스마트폰 등 유무선 통합 트렌드를 반영하자는 철학이었다. 그 당시까지 와이브로와 WCDMA·LTE 등 신규 서비스 도입 관련 업무는 정통부가 전담했다. 신규 방송서비스와 융합서비스 문제가 생기면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서로 협의하는 체계였다.

변화는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시작됐다. 인수위는 정보통신부 출범 후 야기된 고질적인 영역갈등과 연구개발(R&D) 중복투자를 해결하고자 정통부 해체결정을 내렸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인수위는 1∼2개 부처가 담당했던 신규 서비스 도입 업무를 4개 부처로 분산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업무부담은 커진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허가와 시장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했지만, 단말기 개발과 표준화는 지식경제부로 업무가 이관됐다. 개인정보보호는 행정안전부가, 콘텐츠 개발은 문화부가 각각 협의하는 체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통신 정책=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한 방송통신위원회는 2008년 통신요금 인하와 통신사업자 간 경쟁유도라는 두 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인수위원회는 통신요금 20% 인하방안을 발표했으나, 국민들 기억 속에는 `요금 1000원 인하`로 남아 있다. 통신비 인하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제4 이동통신 설립도 수차례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가상사설이동통신(MVNO) 활성화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올해 12월 31일 디지털방송 전환 후 유휴대역으로 남을 700㎒ 주파수 대역 재배치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논의 초기에는 통신용으로 배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방송사들의 입김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700㎒ 주파수 재배치는 4년 동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표준화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이미 700㎒ 대역을 4G 표준 주파수 대역으로 확정해 놓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조가 통신 관련 정책업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 정책=이른바 `방송중심위원회`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방통위는 방송정책에서는 속도를 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대표적인 게 종편채널 배정이다. 지난해 12월 1일 종편채널 사업자를 선정한 방통위는 종편채널에 지상파와 달리 프로그램 중간 광고를 허용했다.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향후 2년간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

다만, 현 정부가 출범 초기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IPTV 산업은 성장이 정체기에 진입했다. 대표적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인 IPTV는 4년 만에 안정적 방송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지만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3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1000여개만 발생했다는 게 민주통합당의 분석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등 기존 플랫폼과의 콘텐츠 차별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인터넷 실명제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아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역차별이 발생할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IT 공화국, 4년 후=이러다 보니 IT 코리아 기세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된 와이브로(WoBro), 지상파DMB 등의 기술은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찬밥 신세다.

와이브로 서비스 역시 LTE 표준에 밀려 찬밥 신세다. 안정상 민주통합당 전문위원은 “와이브로 정책은 100% 실패다. 정부는 당초 음성을 탑재할 계획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은 원만하지 않다”며 “국내에서 이런 대우를 받는 기술을 어떤 나라가 채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현실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2010년 2월 23일 발표한 정보통신기술 개발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59개국 중 우리나라는 2006년, 2007년 연속 1위였지만 2009년 2위로 내려앉았다. 2010년에는 3위로 떨어졌다.

2010년 세계경제포럼(WEF)이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와 공동으로 발표한 글로벌 정보기술 보고서에서도 네트워크 준비지수 순위가 추락했다. 준비지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경제 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133개국 중 2007년 9위에서 2009년 11위로 하락했다. 2010년에는 15위를 기록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