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무너지자…또 다른 日 기업들도 '휘청'

일본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위기감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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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웨이퍼 업계 2위 섬코(SUMCO)가 휘청거린다. 3년 연속 적자 후유증으로 6200억원을 웃도는 자금을 긴급 수혈 받는다. 엘피다 법정관리 신청 등 일본 반도체 업계의 부진 여파가 소재 산업까지 미친 사례다. 일본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섬코가 450억엔(약 6207억원) 증자를 결정했다고 8일 보도했다. 섬코 대주주인 미쓰비시매트리얼과 스미토모금속,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조성한 펀드 운영 회사 재팬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JIS)가 각각 150억엔씩 출자한다.

증자 이유는 자금 부족이다. 엔고와 반도체 시장 위축으로 섬코는 웨이퍼 판매 부진에 빠졌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적자를 냈다. 매출도 2009년 크게 하락한 후 2010년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떨어졌다.

섬코는 태양전지 웨이퍼 사업 철수와 임직원 1300명 감원을 뼈대로 한 구조조정 방안을 지난달 초 발표했다. 연이은 적자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구조조정 비용 부담까지 안은 셈이다.

섬코 부진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몰락 탓이 크다.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엘피다를 압도하는 것처럼 웨이퍼 업계에서도 섬코보다 LG실트론 실적이 좋다. 40%에 가까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신에츠화학 역시 실적은 제자리 걸음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섬코 부진의 또 다른 배경을 책임 경영 부재에서 찾았다. 대주주인 미쓰비시매트리얼과 스미토모금속은 섬코 대표이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지 않고 양사 출신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고 과잉 투자를 불러왔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이다.

섬코는 증자를 계기로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00억엔(약 1370억원) 정도 감소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신 구조조정 효과에 힘입어 흑자 전환한다는 청사진이다.

수장도 교체했다. 다구치 요이치 사장이 물러나고 미쓰비시매트리얼의 하시모토 마유키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신임 하시모토 사장은 1976년 미쓰비시매트리얼에 입사 후 전자재료 분야에서만 일한 전문가다.


◇한일 웨이퍼 업체 실적 비교(2011년은 추정치)

자료:각사 종합

엘피다 무너지자…또 다른 日 기업들도 '휘청'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