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산사태 등 자연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재해복구(DR) 데이터센터 구축이 줄을 잇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통·병원업계와 자동차·조선·제약업계 등으로 시스템 지역 이중화 체계 마련을 위한 신규 DR 데이터센터 구축이 잇따른다.
지역 이중화란 주 데이터센터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제2·제3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같은 데이터를 보존하고, 한 데이터센터가 재해를 입어도 시스템이 정상 가동돼 업무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스템을 운영하는 전기·전자 기업들이 주로 지역 이중화 DR센터를 구축했지만, 최근에는 업종불문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병원 업계 최초로 원외에 별도의 DR 센터를 설립 및 구축해 올 초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핵심 업무가 IT를 기반으로 움직이다 보니 재해 시스템적 대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재해복구 만을 위해 병원 근처에 건물을 신축했으며, 물리적으로 독립적인 DR 센터를 운영하는 사례로서는 업계 최초”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를 겪었던 일동제약도 올해 안성 공장 내에 신규 데이터센터 공간을 확보한다. 서울 양재동 본사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와 지역 이중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비교적 IT 투자에 보수적인 제약 업계에서 드문 일로 녹십자 다음으로 두 번째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산사태 당시 시스템이 끊기면서 이 일대 기업의 업무가 마비 됐다”면서 “올해부터는 지역 이중화 체계를 갖춰 갑작스런 자연 재해 상황에서도 데이터를 보존하고 시스템이 정상 가동돼 업무에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광훼미리마트도 급격히 늘어나는 점포들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구로 데이터센터에 지역 이중화 체계를 마련한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회사의 핵심과제다. GS리테일 등 동종 편의점 업계도 DR센터 구축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해안지대에 위치하면서 R&D와 생산 과정에 IT 의존도가 높아진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서울·경기 지역에 제3 데이터센터를 증축하고 옥포 조선소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지역적 재해복구 체계를 갖춘다.
올해 용인과 나주에 각각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는 현대중공업과 한국전력공사(KEPCO)도 지역적 DR센터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을 검토 및 수립하고 있다. 한전은 나주 데이터센터를 주 데이터센터로 삼아 대전 지역에 제2데이터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에 이어 올해 초 현대기아차그룹도 파주에 소재한 신규 데이터센터로 주 데이터센터를 이전, 기존 소하리 데이터센터와 지역적 DR 체계를 도모한다. 롯데그룹은 지난 하반기 대전에 제2 데이터센터를 완공하면서 기존 가산 데이터센터에 소재한 롯데백화점, 롯데카드, 롯데제과, 롯데홈쇼핑, 롯데칠성음료 등 계열사들에 지역 이중화 DR 체계를 갖췄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지진 여파로 경영진을 주축으로 IT 재해복구 체계 마련 중요성이 부각됐으며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