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속가능과학 도입 서둘러야

박성현 지속가능과학회장 parksh@snu.ac.kr

`지속가능과학(sustainability science)`이란 인간이 자연과의 조화 속에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적의 글로벌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환경, 사회, 경제, 과학기술 등의 혁신 체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류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는 최근 인류의 삶의 질이 기후변화, 자원의 고갈, 빈곤, 질병, 수(水)자원의 부족 등으로 심각하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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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1987년 환경 및 개발에 대한 UN 산하의 세계위원회(WCED)에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미래 세대들이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제한 받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의 현재 요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처음 정의하면서 시작됐다. 지속가능과학은 지구촌 지속가능발전을 높이기 위해 탄생된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통섭적 융합과학이다. 종래에는 기후변화, 자원고갈, 빈곤 등의 이슈들에 대해 단편적인 해결책들이 제시됐다. 지속가능과학에서는 큰 틀에서 종합적인 원인규명과 해결방안을 인류의 지속가능성 개념을 바탕으로 연구한다.

지속가능과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성숙되기 위해서는 인류학, 생물학, 생태학, 경제학, 환경과학, 지리학, 역사학, 법학, 정치학, 심리학, 사회학, 통계학 등 개별학문들에서 획득된 과학적 지식을 새로이 체계화하고 활용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진단적·분석적 능력을 배양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학이 20세기에 처음 태어난 중요한 학문인 것처럼, 지속가능과학도 21세기에 태어난 중요한 학문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과학이 대학의 교육과정으로 처음 도입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NSF) 지원 하에 하버드대학 캐네디스쿨에서 2000년에 `지속가능과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후 애리조나주립대, 위스콘신대, UCLA 등을 비롯한 30여개 대학에서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외의 나라들도 지속가능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서섹스대, 일본의 도쿄대 등에서도 최근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유네스코(UNESCO)에서는 2005∼2014년을 `지속가능 발전교육을 위한 10년`으로 규정해 지속가능과학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속가능발전법(2010년 4월)과 그 시행령(2010년 10월)을 만들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에 제정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가려 원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아직 지속가능과학이 대학에 도입되지 못했으며 정부나 공공단체에서도 지속가능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가칭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 도입 타당성 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켜야 한다. 이를 토대로 선진국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 운영실태 조사, 교육과정 도입과 관련된 제반 제도적 여건 조사, 지속가능과학 인력 수요조사 등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한국연구재단은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과 같은 새로운 과학기술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연구비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는 국가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지속가능발전법의 취지를 살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장애 요소들을 발굴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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