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웹툰 사전심의 소송불사, "No, again 1997"
만화계가 정부의 만화규제 도입 움직임에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웹툰 23개 작품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자, 만화산업을 궤멸상태로 내몰았던 1997년 청소년보호법 사태와 맞먹는 심의조치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4일 만화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웹툰 23개 작품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최종지정 여부에 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를 지켜본 후, 당초 결정대로 유해매체로 지정된다면 방심위 심의기능의 적절성에 대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된 1997년 이후 출판만화시장이 내리막길을 걸었던 전철을 두 번 다시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박용제 작가의 `쎈놈`을 비롯해 김성민의 `나이트런` `2011 미스테리(단편, 여러 작가)` 등 웹툰 23편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선정했다.
만화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윤태호 작가는 “방심위 심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최종적으로 웹툰 23개 작품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고시한다면 행정소송과 가처분소송 등 법적분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윤 작가는 이어 “만화가들은 완전 자율을 원하지만, 사회적으로 협의가 된다면 게임처럼 작가가 직접 이용가능 연령을 지정하는 등급제 도입도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역시 “웹툰이 사전심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그리고 사전심의와 작가들의 권리침해 여부 관계 등에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리논쟁이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방심위는 이와 관련, 최근 웹툰에 중점 심의를 진행했으며, 만화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온라인 만화에 사전심의를 하자는 것은 아니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한 뒤 성인인증을 거치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만화산업은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된 1997년 이후 사양산업의 길로 들어섰으나,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온라인 만화(웹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웹툰산업은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주요 포털을 합쳐 총 500여명 작가가 활동 중이다. 하일권(목욕의 신), 주호민(신과 함께), 강풀(그대를 사랑합니다), 윤태호(미생, 이끼) 등 대표 작가들은 네티즌을 포털로 유입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웹툰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73.81%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19.15%), 야후(1.59%), 네이트(1.35%) 순이다.
만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논쟁과 관련,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웹툰 작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창의적 활동이 원소스 멀티유스(OSMU)와 발전하는 점을 감안한 객관적 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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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