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고난의 길을 갈 것 같습니다. “벤처 재도약이란 막중한 임무가 부담스럽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9일 벤처기업협회장을 맡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51)의 취임 일성이다. 남 회장은 앞으로 2년간 황철주 현 회장과 함께 벤처업계를 대표하게 된다.
벤처업계는 남 회장을 새로 추대하고 황 회장을 붙잡아 두기 위해 경제단체로는 최초로 정관까지 변경해 공동회장제를 도입했다.
벤처기업협회장은 다른 경제단체들과는 달리 모두들 협회장이 되길 꺼리는 자리다. 얻는 것보다 희생해야 할 것이 많은 자리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벤처라는 특성 때문에 더 그렇다.
이 때문에 회장은 안정적인 사업 기반은 물론 벤처업계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2년 전 황철주 회장도 삼고초려를 통해 설득, 추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황 회장을 이번에도 공동회장제라는 묘안을 통해 붙잡았다.
남 회장도 역시 “부회장 등 벤처협회 임원만 10여년 해왔지만, 협회장 자리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이번 공동회장 취임을) 마지막 봉사를 하라는 것으로 알겠다”고 밝혔다.
그는 “진짜 중요한 것은 타이틀(직함)이 아니라 애국심과 공적의식(public mind)”이라고 표현했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다양한 벤처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협회는 정치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 회장은 “벤처협회는 이익집단이 아니다”며 “국가 경제와 올바른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미 벤처정책과 관련 많은 부분이 정책에 반영됐고, 최근 정책 무게중심도 대기업 중심에서 일자리 창출(창업)로 변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화두는 잡혔으니 (정치권보다는) 합리적인 사람(공무원)을 찾아 조언하는 게 훨씬 (성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단지 아쉬운 것은 각종 지원이 활성화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남 회장은 “기업은 보통 10개중 8, 9개는 망한다는 전제로 정책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며 “일정 버블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책적 지원에 앞서) 스스로 자기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서 중소기업 성장 중심에 벤처가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공동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를 거쳐 1993년 다산네트웍스를 설립, 국내 굴지의 통신장비회사로 키운 1세대 벤처기업이다. 지난해는 황철주 회장과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해 벤처정신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