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최대 국제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곳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은 라틴어 계열의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관광객은 말이 안 통해 애를 먹기 일쑤다. `무적함대`로 16세기 세계를 제패했던 자존심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스페인어가 많이 통용되는데 굳이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스페인은 실제로 해양 강국이었다. 스페인 왕 펠리페 2세는 콜럼부스를 앞세워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세계 식민지 시장을 싹쓸이했다. 이웃 포르투갈을 병합하고 나폴리, 밀라노, 네덜란드, 아메리카 대륙, 필리핀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다. 오늘날의 미국과 같은 `세계 경찰`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스페인 무적함대는 자만하다 순식간에 무너졌다. 군사력이 절반에 불과한 영국 함대에 대패하면서 세계 해상권을 넘겨줬다. 이후 반전을 이루지 못한 스페인은 쇠락의 길을 걸어 이젠 유럽 위기 진앙지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다.
1일 폐막한 MWC 2012은 `무적함대`의 교훈을 새삼 느끼게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아이폰 쇼크` 이후 가장 빨리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 제품상`과 `최고 기업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호시탐탐 노리는 경쟁자들의 날카로운 발톱도 번뜩였다. 화웨이와 ZTE는 LG전자와 동시에 세계 최초 쿼드코어폰을 발표했다. 삼성과 LG 관계자들조차 허를 찔렸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퇴물 취급받던 노키아와 소니의 대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유럽인들은 4세대 통신 롱텀에벌루션(LTE)으로 무장한 노키아 새 윈도폰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소니는 스마트태그·증강현실 등 혁신적인 콘텐츠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이들이 서서히 감을 잡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페인 무적함대가 단 한 번의 패배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 세계 스마트폰 대전도 한 번에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 무적함대의 고향 스페인에서 우리 기업은 선전했지만, 더욱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장지영 모바일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