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북동부에 위치한 후쿠시마는 조류가 만든 해안이 절경이다. 해류 영향으로 홋카이도 남부 지방 중 가장 온화한 기온을 자랑한다. 일본 제일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오징어 산지로도 유명하다. 스모 41대 요코즈나 지요노야마 마사노부와 58대 요코즈나 지요노후지 미쓰구는 바로 이곳에서 태어났다. 역사의 산물도 적지 않다. 날아오르는 학을 닮은 스루가성은 이곳의 상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크고 작은 300여개 호수와 늪 등 빼어난 자연환경은 사계절 내내 전 세계 관광객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지난해 3월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원전사고는 후쿠시마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후쿠시마라는 단어 그 자체로 원전폭발과 방사능 오염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은 체르노빌 사고에 버금가는 레벨7의 초대형 원전사고로 기록된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현장은 완전 수습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서 바다로 유출된 세슘 확산을 막기 위해 해저 바닥을 콘크리트로 덮는 방안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내달 11일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원전에 대한 논란도 다시금 시작되는 분위기다.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원자력이 미래의 궁극적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점에는 대다수 공감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이고 현실성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안전성만을 강조한 채 원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발전단가와 더불어 폐기물 보관·처리비용, 잠재적 위험비용 등을 함께 따져볼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반대쪽에선 원전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만 이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은 부족하다. 수요전력을 감안한 실현가능한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달라진 후쿠시마 모습이 주는 교훈은 여러가지다. 우리에겐 원자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단순 찬반논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대화와 고민을 시작할 때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