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밀양 송전탑, 희생 아닌 비전 제시해야

밀양 송전탑 분신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태 해결을 위해 조석 지식경제부 차관과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밀양을 찾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갈등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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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문제는 에너지 수급과 관련해 향후 겪어야 할 모든 지역분쟁의 축소판이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는 지금 에너지 현실에서 국가는 더 많은 설비를 지으려 한다. 제2·제3의 밀양 사태는 송전탑은 물론이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로도 확산될 수 있다. 밀양 사태 해결 여하에 따라 미래 국가 에너지 대계의 향방이 갈릴 것이다.

하지만 “국가 시책이니 따르시오”식 톱다운 형태의 과거 방식을 고수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면하기 어렵다. 과거 국가사업이라는 명목하에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정부와 한전은 지금까지와 다른, 지역주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혐오시설인 송전탑이 들어서면 부지 가격이 떨어지고 매매도 할 수 없으며 보상은 시세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파로 인한 신체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 하나를 보더라도 국가 에너지 산업을 위해 희생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송전탑 건설로 얻는 것은 없고 오히려 피해를 본다. 지역주민 입장에선 건설을 찬성할 이유가 없다.

반면에 발전소는 송전탑과같은 지역 전력설비지만 최근에는 유치를 자처하는 지자체가 있을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발전소가 송전탑과 다른 대우를 받게 된 것은 건설 이후 상권 활성화와 부지가격 상승 그리고 발전사가 제공하는 각종 지원책 때문이다. 인천의 한 섬마을은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거주민 수가 증가해 중학교가 지어지고 있다.

송전탑은 부지에 대한 보상금만 있을 뿐 이러한 지원책이 전무하다. 단순히 님비(NIMBY)현상으로 치부하기엔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발전소를 지을 때와 같은 지원책이 송전탑에도 필요하다. 물론 수가 많은 만큼 재정적 부담도 클 것이다. 방법은 많다. 해당 지역의 전기요금이나 세금을 줄이거나 전력산업기반기금처럼 전기요금에서 지역 지원금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발전사들이 많이 하는 주민 취업 가산점이나 자매결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밀양사태가 원만히 해결돼 에너지 산업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지역갈등 문제해결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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