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의 사업비를 들여 조선대에 설치한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MCFC형 DFC300)`이 결국 고철 신세가 됐다.
포스코와 조선대가 지난 2005년 26억원을 들여 추진한 연료전지 실증사업은 사후관리 부실과 책임소재 공방 등으로 설치 7년여만에 사실상 폐기처분 수순을 밟고 있다.
조선대는 이달 중순 포스코에너지(옛 포스코파워)에 공문을 발송해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의 철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연료전지는 다음달 철거와 동시에 수명을 다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본지 보도(2011년 10월 30일 참조) 이후 포스코에너지는 곧바로 조선대에 현지실사단을 파견해 연료전지 시스템의 관리상태를 점검한 후 조선대측 실무 담당자와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해양도시가스와 연계한 재가동 방안과 소유권 이전 등을 협의했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실상 철거`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 FCE에서 도입한 이 발전시스템의 내구연한은 20년이지만, 1년만 제 기능을 발휘했을 뿐 `올스톱` 상태로 방치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국내 에너지사용량의 10% 가까이를 사용하고 있는 포스코는 사회적 책임과 예산낭비 지적을 받게 됐다. 조선대병원 역시 협약기간 3년을 채우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가스공급을 중단해 논란을 키웠다. 조선대측은 협약 이후 가스비가 20~30% 상승했고, 병원시설 특성상 전기요금 할인혜택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연료전지 시스템을 가동할 이유가 없었다. 사업 초기 설치만 해놓고 관리주체가 명확치 않은 허점이 들어난 셈이다.
당초 포스코에너지와 조선대는 해양도시가스와 연계한 재가동 여부를 타진했으나 연료전지의 노후화와 가스가격 인상, 발전차액 지원문제 등으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또 조선대에 연구용 실습자재로 기증하는 방안도 고려됐으나 미국 FCE의 특허권 문제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기증을 하더라도 연구목적으로 실험과 분해가 불가능하고, 오랫동안 방치돼 활용할 부품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한 전문가는 “포스코가 연료전지를 설치하면서 당시 대대적인 홍보만 할게 아니라 사후관리에도 힘을 쏟아야 했다”며 “연료전지 분야에서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선두기업인 만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조선대와 손잡고 연료전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계약기간이 종료되면서 일부 관리상 문제가 발생했으나 현재 원만히 합의한 상태”라며 “조선대가 공문을 통해 철거에 동의한 만큼 다음 달쯤 연료전지시스템을 철거하고 후속조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은 대기의 산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이다. 배터리와는 달리 연료가 공급되는 한 재충전 없이 계속해서 전기사용이 가능하며, 반응 중 발생한 열은 온수생산으로 급탕과 난방이 가능하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