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런 얘기일까. 조선시대 사관들 얘기다. 사관은 왕과 신하들이 국사를 논하고 처리하던 것을 사실대로 기록했다. 이른바 사초다. 사초는 업무처리에 대한 사항과 정책, 인물에 대한 사항 등 역사적 기밀사항이 담겼다.
직필에 목숨을 걸었다. 왕마저 사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정도였다. 사초의 힘이 대단했다는 얘기다. 아무리 왕이라도 사초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서울시장이 `사관제도`를 도입했다. 시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정책 혼선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시장 집무실에서 처리되는 업무와 정책에 관한 사항, 공식·비공식 행사 및 면담 내용들이 기록된다.
다른 지자체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높아진 민도 탓이다. 서울시만으로 끝날 것 같지도 않다. 관행화된 부정이나 행정업무 능력 여부가 드러날 수 있다.
책임 행정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책임 행정의 기본은 기록이다. 사초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다. 요샛말로 행정 실명제쯤 될까.
실명제가 무엇인가. 실명제는 말 그대로 자기 이름을 거는 거다.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금융실명제나 제조물 실명제, 유가공식품 실명제가 좋은 예다.
결과는 어떤가. 품질 향상과 투명성이 대폭 향상됐다. 책임의식도 높아졌다. 무리한 업무나 약속도 줄었다. 허언도 줄었다. 이해관계 때문에 진실을 왜곡할 소지도 줄었다.
사관제도의 효과는 실명제 도입 이상이다. 관리 감독·견제의 효과다. 공과가 그대로 기록된다. 공은 챙기고 책임은 떠넘기는 후진국형 업무 스타일이 바뀔 수밖에 없다.
정권의 병폐와 부패 또한 여기서 시작된다. 책임은 떠넘기고 남의 공까지 자신의 공으로 내세우려 한다. 어디 정권만 그러하겠는가. 기관과 기업, 자신이 몸담고 있는 모든 조직을 돌아보라.
심각한 병리현상이다. 사회 각 부문과 시스템에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행정은 물론 입법, 사법 등 국가 조직 전 부문에 도입돼야 한다.
행정부처가 우선이다. 각종 정책이 실명으로 입안되고 실행돼야 한다. 사초정신으로 기록해 남겨야 한다. 책임과 권한을 주되, 실패와 성공도 기록하라는 것이다.
정부 조직의 재설계 과정도 기록해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초기 정부조직 개편에 앞장섰던 인사들의 언행과 행적을 기록해 후세에 남겨야 한다. 다시는 그들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 기득권적 선택이 국가 산업 발전에 얼마나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졌는가. 미래부처인 정통부와 과기부를 해체한 이후 우리나라 미래 성장 산업이 대폭 후퇴했다는 평가도 있고 보면 더욱 그렇다.
사법부와 입법부라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영화 `부러진 화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국회의장 돈 봉투 사건 등이 좋은 예다.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은 특히 허언의 정도가 심하다. 사초 정신에 입각해 공약을 정리하고 책임 이행 정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따져봐야 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두 달 뒤 총선이 있고, 연말에는 대선도 치러진다. 벌써부터 정가는 공천 다툼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 경쟁도 분주하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도 일단 붙고 보자는 식의 공약이 남발될 것이라는 점이다. 포퓰리즘일 수도 있고 이행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ICT·과기계로 눈을 돌려보자. MB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미래부를 해체한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ICT·과기계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4년전 악몽이 재현된다. 이번이 아니면 미래부처는 영원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