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김형진 온세텔레콤 회장

“통신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결이 필요합니다. 기존 통신사업자만으로는 결코 시장에 변화를 줄 수가 없습니다.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자꾸 나오고 경쟁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생기가 돌고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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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온세텔레콤 회장(54)은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라며 “변화가 없는 시장 구도는 기존 사업자에게도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증권가에서 `투자의 귀재`로 불리던 김 회장이 통신공부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장외 채권매매에서 큰돈을 벌었으며 외환위기가 터지자 동아증권을 인수했다. 세종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후 당시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증권서비스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세종텔레콤으로 시작해 지난해 3월 온세텔레콤을 사들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온세로 덩치를 키운 이 후 얼추 1년이 지났다. 김 회장은 “통신과 금융 모두 비즈니스 본질은 다르지 않다” 며 “시장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고 변화에 어떻게 동반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통신시장은 변화의 소용돌이 중앙에 있습니다. 문제는 안이 아니라 밖에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철벽처럼 보이던 통신 고유의 시장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서비스가 등장하고 유선은 무선이 없이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김 회장은 과거 통신 사업을 위해서는 수십조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수조원이면 가능할 정도로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4G LTE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데 2조원 안팎이면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줄어든 만큼 사업자 입장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통신 기술 패러다임은 대략 6년입니다. 6년 주기로 통신망이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2G에서 최근에 서비스를 시작한 4G까지 추이를 보면 6년 주기입니다. 서비스는 대략 10년 정도 지속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주목받는 시기는 6년으로 이 기간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여기에 감가상각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러 통신망을 보유할수록 감가상각비용이 높아집니다. 매해 수조원이 그냥 회계 상에서 사라지는 셈입니다.”

김 회장은 “과거와 비교해 지금은 패러다임이 확실히 바뀌었다”며 “이전과 다른 통신 철학과 시장 대응 방법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제4이통·가상이동통신(MVNO)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온세텔레콤은 올해 4월부터 MVNO서비스를 시작한다. 김 회장은 “MVNO는 고여 있는 통신판에 자극이 될 것”이라며 “자체 앱스토어를 구축하고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와 혼합 모델 등을 선보이는 등 전혀 다른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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