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전자정부 컨설팅 조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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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중동·중앙아시아에 출장을 다니다 보면 현지 정부 관리 중에 한국의 전자정부 초청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우리나라 전자정부시스템을 소개하려는 정부의 오랜 노력 덕분이다. 이미 20년 전부터 우리는 해외 IT전문가를 초청해 전자정부시스템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초청 실적이 2010년에 100여 나라, 3000명을 넘겼다. 정보문화진흥원은 그 많은 졸업생을 관리하기 위해 지역별 동문회를 만들고, 원장이 곳곳을 돌며 직접 동문회를 주관하기도 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장차관급만 별도로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지원을 받는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까지 합하면 상당수의 해외 전자정부 관계자가 한국을 다녀갔다. 이런 노력으로 우리나라 전자정부시스템 수출이 지난해 2억3566달러에 달했다.

올해 3억달러를 넘기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스마트폰 수출액이 114억3000만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30년간 우리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한 전자정부 연간 수출액은 스마트폰 한 달 수출액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 전자정부시스템이 세계 제일이라고 수없이 자랑했는데 수출 실적은 왜 이리도 느리게 올라가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출 영업을 열심히 하지만 중요한 단계를 하나 생략했다.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컨설팅 과정이다. 이게 생략돼 구체적인 전자정부시스템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않는다. 전자정부를 소개한다며 밤낮을 잊고 해외로 뛰는 공무원이 들으면 펄쩍 뛸 것이나 현실이 그렇다.

동남아 부국 브루나이는 국왕이 한국 전자정부에 관심이 많고 강력한 의지도 가졌다. 지난해 한국의 전자정부를 소개하는 교육과정을 KAIST와 함께 개설했다. 전자정부를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려 하지만 막상 한국 쪽 파트너가 없어 고민한다. 지난해 11월 브루나이 전자정부센터에서 만난 정책자문관의 고민이다.

전자정부는 단순히 종이 서류를 컴퓨터 파일로 대신하고 컴퓨터시스템을 들여 놓는 작업이 아니다. 조직 변화와 관행 탈피가 요구되는 혁신과정이다. 국왕이 “전자정부를 빨리 도입하라고 재촉하지만, 서울 광화문 전시관에서 한두 번 시스템을 구경한 공무원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전자정부시스템이 거대하고 복잡해서다.

아제르바이잔도 비슷하다. 대통령이 정보통신부를 만들어 재촉하나, 정통부는 누구와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해야 할지조차 모른다. 우리가 전자정부를 잘 소개하지만 구체적인 상담이 불가능하다는 게 여러 나라의 불만이다. 정부가 전자정부체계를 컨설팅할 전문 조직을 만들어야 하겠다.

컨설팅이 우리가 목말라 하는 전자정부 기술과 시스템 수출에 큰 몫을 하리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컨설팅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 뒤 차례로 전자정부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다. 저개발국에 무상 제공하는 `ODA 품목`에 전자정부시스템을 넣는 것도 좋겠다. 저개발국 중 상당수가 IT시스템 도입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금을 제대로 걷고, 예산을 집행하며, 주민·부동산 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해 운영하고 싶다. 이런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게 한국이다.

수출에 나선 기업은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저가 공세`로 한국 업체끼리 `출혈경쟁`을 하면 함께 참여하는 솔루션기업이 어려워진다. 한국 업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힌다.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기업은 전공 분야를 정하고, 모든 나라 수요를 독식하려는 욕심을 버리라. `몇몇 가능성 있는 나라에 전력을 다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 juchoi@mark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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