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물류 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 쉽지 않은 한 해를 맞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며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연간 200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한 국내 유통 시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김무영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그러나 갈등(Conflict)이나 경쟁(Competition)보다는 `기회(Chance)`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는 한-EU FTA 발효나 모바일 쇼핑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회 역시 많았던 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올해도 모바일 쇼핑과 인터넷 쇼핑이 큰 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류를 등에 업고 해외로 진출하는 유통업체들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기일 때 항상 기회를 생각해야 합니다.”
김원장은 올해 유통·물류업계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복합쇼핑몰, 드럭스토어 등 이종업태 간 결합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모바일과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공용 인프라`를 구축, 국내 모든 유통·물류 업체들이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2년 유통업계를 전망해 주신다면.
▲올해 소매시장 규모는 전반적인 국내외 경기둔화와 가계부채 증가, 물가 상승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전년도 소매시장 성장률인 8.5%보다 감소한 6.3% 성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총 시장규모는 229조원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내외적인 여건이 악화일로에 있어 당초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시장 위축과 물가상승 등으로 가계소비여력이 위축되면서 저가상품 선호 등 합리적 소비패턴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구입채널을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는 `멀티채널` 소비형태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중소유통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요구가 커지고, 이에 따른 중소유통업 지원과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한 관심이 부각될 것입니다.
-2012년 사업 중점추진 방향은 무엇인지요.
▲올 한해 유통물류진흥원은 유통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돕고 모바일 등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편을 찾아 `기여보비(寄與補裨: 이바지하여 돕고 부족함을 보태어줌)`의 자세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국내 유통시장이 포화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신업태 활성화와 해외시장 진출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복합쇼핑몰, 드럭스토어 등 신업태 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해외사례 소개 및 제도개선을 건의할 것입니다.
유통업계 최대 이슈인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주요 온라인 사업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제공하는 상품정보의 양적 및 질적 개선을 위한 활동은 물론, 모바일을 통한 정품인증 및 상품홍보 앱 역시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내 유통업체 해외 진출 관련 제언을 해주신다면.
▲국내 유통시장이 포화되고 진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제는 대형마트, 백화점, TV홈쇼핑 등 전통적 유통업태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온라인 쇼핑 등 신규 업태 역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포화상태인 국내 유통산업의 외연확장을 위한 좋은 시도인 동시에 국내 제조 및 IT 솔루션 기업을 포함한 관련 기업들도 동반진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입니다.
`현지화`가 해외 진출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실제 우리 유통기업들은 관련 현지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저희 진흥원은 여러 관련 기관과 연계를 통해 글로벌 소비 트렌드 및 제반 통계자료를 제공해 우리 유통기업이 수월하게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글로벌 유통산업 흐름을 짚어주신다면.
▲지난달 15~18일까지 미국에서 열린 전미소매업자대회에서 논의된 주된 관심은 역시 모바일이었습니다. 미국, 유럽 등 유통 선진국들도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앞으로 유통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면서 쇼핑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상품정보, 가격 등을 손쉽게 비교 검색한 후 구매결정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유통기업들도 모바일을 채널 확대와 소통의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과 세밀한 연계를 통해 쇼핑경험을 향상시키고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통산업에서 공용 기술의 중요성은 무엇인가요.
▲산업전체가 저성장기에 돌입할수록 `따로 또 같이` 전략이 필요합니다. `같이` 전략을 통해 공용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산업전체를 효율화하고 `따로` 전략을 통해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것입니다.
유통물류진흥원이 운영하는 전자카탈로그 `코리안넷`이 좋은 예입니다. 약 147만건의 상품정보가 누적돼 있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를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용 인프라를 통해 제조업체는 홍보를 쉽게 할 수 있고 유통업체는 신상품 정보를 신속하게 알 수 있는 것이죠.
유통물류진흥원은 이런 공용기술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오는 3월 정식 오픈하는 `원스톱 바코드 매니저`는 제조사들이 바코드번호 할당에서부터 바코드이미지 생성, 상품정보 등록까지 한 번에 처리가 가능한 온라인 서비스입니다.
원스톱 바코드 매니저를 147만건의 상품데이터가 저장된 코리안넷 전자카탈로그와 통합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은 바코드를 활용해 소비자의 안심쇼핑 환경을 마련한 유통선진화 사례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정부가 위해상품 정보를 코리안넷에 발송하면 유통매장에서 이 정보를 즉시 수신,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읽을 수 없도록 한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예전에는 반나절 이상 걸리던 일을 불과 30분만에 해낼 수 있습니다.
-유통과 IT 결합 현황과 전망을 해주신다면.
▲새삼 IT의 중요성을 말하는 게 어색할 정도로 IT는 우리 경제와 삶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유통산업 경쟁력은 공급망에 존재하는 많은 이해 관계자들 간 거래를 정확하게 조정하고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기업 내외부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IT는 유통산업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IT 강국답게 우리 유통기업 IT 수준은 높습니다. 전세계적인 유통산업 침체에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해외시장 진출을 꾀할 수 있는 것도 IT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바일 쇼핑 시장의 경우 지난해 6000억원에서 올해 1조원, 2015년에는 2조가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은 앞다퉈 스마트폰 앱을 출시하는 등 모바일 쇼핑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격비교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바로스캔`을 지난해 출시했고 표준바코드가 부착된 상품정보를 네이버, 다음 등 주요 모바일 사업자 앱에 제공함으로써 모바일 쇼핑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정보의 하루 평균 조회 건수는 2만건이 넘습니다.
상반기에는 모바일을 통한 정품확인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입니다. 정품 확인 기능은 유통표준코드를 부착한 상품 정보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즉시 확인이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RFID 기술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RFID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정부는 2014년까지 2조원 시장창출을 목표로 RFID 산업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지식경제부는 제약·주류·자동차 등 RFID 성장 가능성이 높은 7대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RFI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무영 유통물류진흥원장 프로필
△1955년생
△학력사항
-육군사관학교
-러시아 페테르부르크대 경제학 석사
△주요경력
-상공부 사무관
-통상산업부 서기관
-주 러시아대사관 상무관
-산업자원부 감사담당관
-산업자원부 장관비서관
-산업자원부 국제협력투자심의관, 美텍사스주립대 연수
-국무총리실 서남권투자촉진단 사업추진국장
-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
-현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