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이제는 기술 마케팅 시대다

서상혁 호서대학교 교수 suh8777@hoseo.edu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정책에 힘입어 타 분야보다 훨씬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 부문의 R&D 투자액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2.2%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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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식재산 투입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이는 공공부문의 기술역량 강화, 기업 및 사회 전 분야의 경쟁력 확대,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 활성화 제고를 도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성과는 어떠한가. R&D 성과지표인 R&D생산성 비교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훨씬 더 저조하다. 물론 공공성이 높은 연구나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과 측정은 무의미하다. 모든 분야의 모든 기술을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할 수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R&D 투자는 본전도 못 찾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연구기획에서 기술사업화 단계까지 골고루 퍼져있다. 연구개발의 과제선정 단계에서부터 사전평가와 기획, 기술의 시장성 분석 및 수요예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은 이 부분이 상당히 취약하다.

시장성이 우수한 기술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기술이전·사업화, 기술가치 평가 등 시스템이 취약해 기술상용화 이전단계의 인프라가 정착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결국 개발된 기술이 제품화돼 시장에서 수용되기 보다는 사장되거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를 분석해 보면 성과지향 마인드 미흡→기술이전·사업화 시장 및 프로세스 미정착→기술 실용화 취약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연구 기관들이 기술마케팅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술마케팅이란 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전〃실용화하는 전략과 기법이다. 기술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마케팅 원리와 기법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거래대상으로서 기술의 특성을 보면 무형재이고 산업재이며 리스크가 크고 거래기간과 거래절차가 복잡하다. 아울러 거래 당사자 간의 이견조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활용한다면 기술의 상용화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기술이전·사업화를 제대로 하려면 연구 개발 단계부터 시장을 중시하는 선제적 자세를 갖춰야한다. 즉, 기술사업화를 기술 마케팅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술의 수요자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기술이전체제도 마케팅형으로 전환시켜야한다. 기술이전 메커니즘도 고객맞춤형으로 전개하고 기술을 보유한 기관의 활동도 능동적으로 변화해야한다.

개발된 기술의 결과물과 고객이 요구하는 가치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파악하고, 더불어 기존의 기능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시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고객의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자극하는 제품과 독자적인 고객가치를 추구해야 새로운 시장을 획득할 수 있으며, 성과의 정의를 `기술과 제품의 생산`에서 `고객가치 실현`으로 확대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케팅 중심의 기술개발로 정의할 수 있다. 기술전략과 마케팅전략 간 연계가 핵심이다.

기술마케팅은 기술개발의 주체가 공공연구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개발결과의 사업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개발주체의 유형을 막론하고 기술자체의 속성은 다르지 않으므로 R&D 단계에서부터 시장수요에 대한 체계적 파악과 고객중심의 개발, 기술마케팅 활동에 따른 시장 확대 등이 중시돼야 한다. 개발 후 시장에 나가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휴면기술에 자명종을 울려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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