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우주개발에 대한 단상

“나로호, 다목적실용위성 5호, 다목적실용위성 3호, 과학기술위성 3호….”

올해 우리나라가 쏘아 올릴 발사체와 위성 이름이다. 총 4기가 우주로 향한다. 숫자로만 보면 우주강국이다.

하반기 발사 예정된 나로호는 이번이 세 번째다. 비항공분야 연구원들이 내기할 정도로 성공여부가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다. 1, 2차 나로호는 실패했다. 실패에 대한 책임소재 공방은 서류상으로는 정리됐는지 몰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냈다면 미봉이다. 사업이 3년째로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졌다.

그 와중에 발사 주도기관으로 한국형발사체사업단이 새로 만들어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 근무하던 박태학 박사가 단장으로 왔다. 이 사업에는 오는 2021년까지 모두 1조5449억원이 투입된다.

사실 사업단 만들 때 논란도 많았다. 당초 R&D를 수행하던 항우연 연구원들이 사업 주체를 놓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중엔 백홍열 ADD 소장이 전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새로 온 단장 출신을 놓고 뭔가 모종의 `역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시끄러운 일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내년 러시아 야스니에서 드네프르 발사체에 실려 올라갈 다목적실용위성 3A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부터 덜그럭거렸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계약일보직전 쎄트렉아이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 바뀌는 일이 터졌다. 당시 힘 있는 정부부처 개입설도 나돌았다. 결국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항공우주산업에 2억2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오는 4월이면 지난 2008년 전국에 우주열풍을 몰고 온 우주인 발사 4주년을 맞는다.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260억원짜리 여행객`이라는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선진국이 수십년 전 했던 기초실험 10여 가지를 했다고 우주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하기에는 좀 민망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인 이벤트는 한때 국민 모두를 우주 전문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몇년 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다 KAIST에 온 박철 교수가 국민성금으로 달착륙선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 박 교수가 정부 상의도 없이 지나치게 나선다고 정부로부터 엄청나게 혼쭐난 뒤 언론을 피하고 있다.

항우연에선 지난 2010년 쏘아올린 천리안 위성 제작자에 대한 포상이 2년째 논의 중이다. 해당 연구원들의 섭섭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1일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가 마련된다. 연구원과의 비공개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충성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악조건 속에서 절치부심하며 성공이라는 꽃을 피웠던 연구원의 순수한 열정을 읽어보자. 과학기술은 실패 속에 피는 꽃이다. 그래서 더 가치 있고 뜻 깊다.

박희범 전국취재팀 부장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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