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 `사지 말고 빌려쓰세요` 렌털 전성시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네트워크 마케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수기’였다. 2012년 현재 정수기는 ‘렌털 서비스’ 대표 아이콘으로 변모했다. 이제 렌털 서비스는 정수기를 넘어 각종 중소 생활가전은 물론이고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으로 확대됐다. 기업 시장 위주로 진행돼온 노트북, 데스크톱PC 렌털도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렌털 서비스가 새롭게 각광받으면서 기업에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기업을 포함해 중견·중소기업이 기존 렌털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거나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생활가전 산업에서 렌털 서비스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음지에서 양지로, 후발주자에서 선두기업으로=국내 일반 소비자 시장에 렌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확대한 것은 단연 웅진코웨이다. 렌털 전문 기업들이 기업 대상 노트북 등을 제공해왔지만 제품 대여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것은 웅진코웨이가 처음이다.

 무엇보다 렌털 서비스는 네트워크 마케팅, 불투명한 가격 등으로 인식이 안 좋았던 정수기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류가방을 메고 정수기 카탈로그를 든 판매사원이 사무실을 누비는 대신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서비스 전문요원이 정수기 청소도구함과 교체용 필터를 들고 가정을 방문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렌털 서비스 확대는 방문 판매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판매 채널을 구축하기까지 이르렀다.

 과거 ‘방문 판매’는 이른바 ‘화장품 아줌마’로 불리던 판매 인력을 연상하는 데 그쳤으나 이제 렌털 제품 유지보수는 물론이고 화장품, 생활가전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일대일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렌털 서비스는 기업 실적과 신사업 확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밥솥기업 쿠쿠는 정수기 시장 후발주자로 등장했으나 렌털 서비스를 적극 채택하며 빠르게 시장 2위권으로 부상했다. 동양매직은 수 년 전부터 정수기 사업을 해왔으나 렌털 서비스 접목 후 빠르게 인지도를 확대해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생활가전 기업들은 렌털 서비스 품목을 비데, 공기청정기, 연수기 등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쿠쿠는 정수기에 이어 비데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렌털 서비스를 바로 접목했다. 웅진코웨이는 음식물 처리기에도 렌털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소형 생활가전 위주로 형성된 렌털 서비스는 이제 IT기기로 확대되고 있다. GS홈쇼핑이 HP, 레노버에 이어 글로벌 PC 브랜드 ‘에이서’ PC 렌털 판매를 시작했고 렌털 전문 업체들도 여러 유통 기업과 손잡고 PC 렌털 사업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시장 위주로 형성돼 온 커피머신과 프린터·복합기 렌털도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가전사 vs 유통사 ‘힘겨루기’=렌털 서비스 인기가 치솟으면서 가전 제조사와 유통사 간 힘 겨루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가전 제조사는 좋은 물건을, 유통사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무기로 서로를 견제하며 공생해왔는데 렌털 서비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유통사 입지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마트를 비롯해 최근 홈쇼핑과 온라인 오픈마켓까지 렌털 시장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이마트다.

 KT렌탈과 손잡고 대형 생활가전인 TV, 냉장고, 세탁기, 의류관리기에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제조사와 협력해 기존 제공해온 AS 기간보다 더 긴 3~4년 AS 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웅진코웨이는 방문판매와 서비스 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방문판매 전문 채널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 유망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면서 별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왔는데 판매 채널만 전문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 제조를 넘어 유통까지 입지 확대를 꾀한 것이다.

 이처럼 렌털 시장에 관심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제조 업계에서는 무조건적인 사업 확대에 경계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제조사들은 렌털 품목 AS 보증기간이 길어지고 재고물량이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향후 렌털 시장이 더 확대되면 유통사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힘들 가능성도 크다.

 반면에 유통업체들은 시장 추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중소 TV 제조사들과 손잡고 대기업 제품의 절반 가격에 프라이빗 브랜드(PB) TV를 공급하면서 대기업 제조사를 위협하고 있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소비자들은 렌털 제품의 원래 가격과 렌털 기간 동안 지불하는 총비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의무 계약기간 파기 시 지불해야 할 위약금, 무상 AS 보증기간 등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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