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통신R&D 실종은 철학의 부재

 정보통신 원천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급감했다. 이동통신, 광대역통합망, 정보미디어 관련 원천 기술 R&D 예산은 2년 사이 30~40% 줄어들었다. 올해 전체 정보통신기술(ICT) R&D 사업도 지난해보다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예산과 물가의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한정된 정부 R&D 예산에서 ICT 분야만 늘릴 수 없다. 바이오테크놀로지(BT), 에너지, 기계 등의 차세대 기술 R&D도 ICT 분야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ICT 산업은 우리 국가 경제를 떠받들고 있다. 앞으로도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당분간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 시각은 한마디로 이렇다. 삼성, LG, KT, SKT 등 정보통신 대기업들이 잘 하고 있는 분야인데 정부 R&D 예산을 투입할 필요성이 적다는 생각이다. 착각이다. 일부 대기업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후방 산업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통신장비, 솔루션, 미디어콘텐츠 기업들은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한다.

 통신 대기업들도 후방산업계를 끌어안는 생태계 구축은 고사하고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급급하다. 정부 R&D 예산을 바로 이런 데 써야 한다. 대기업보다 후방산업계의 기술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통신 원천 기술의 산실로 여겨졌던 ETRI와 같은 연구기관과 학계도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미래를 향한 원천 기술 개발의 축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2020년을 목표로 5세대(G) 통신 리더십을 되찾는 비전 수립에 착수했다. 매년 원천기술 R&D 예산을 줄이면서 어떻게 미래 통신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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