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증을 대체하는 새로운 신분증이다. 개인정보 전자칩을 내장한다. 겉면에는 이름·사진·생년월일·발행번호 등이 담기고, 전자칩에 주민등록번호·지문 등 민감한 정보를 넣는다.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벌써 16년째다. 1996년 1월 ‘전자주민증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그 해 2월 경기도 과천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1998년 전 국민 대상 시행 예정이었다. ‘최초’가 될 뻔 했다.
최초 꼬리표는 더 이상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중 11개국에서 전자신분증을 도입했다. 6개국은 도입 준비 중이다. 비OECD 국가 중에서도 30여국이 채택했다. 세계 전자주민증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다.
전자주민등록증 도입 여부가 18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결정된다. 지난해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할 당시만해도 올해 도입이 확실시 됐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자체를 올리지 않았다. 일부 야당의원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행안위 통과 직후 시민단체 등은 ‘개인정보 유출’ ‘국민통제 수단 악용’ 등을 주장했다.
정부는 답답하다. 충분히 해명했기 때문이다. 지적한 사항도 대거 반영했다. 통합신분증화를 우려해 위임조항을 삭제했다. 주민등록번호 체계 개편 지적에 주민번호와 발행번호 이원화 해법을 제시했다. 보안문제는 해외에서 10여년 간 사고 없이 굴러간 것을 보면 안다. 여기에 최신 보안기법을 더했다.
임시국회에서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으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19대 국회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미 늦었는데 뭐’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앞으로 열릴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주민증 시장을 놓칠 순 없다. 아까운 기회다.
최근 한국 전자정부 벤치마킹 차 방한한 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자주민증’을 문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자주민증은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더니, ‘이상하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전자주민증은 전자정부 ‘기본’이다. 전자정부 1위(2010년 UN 전자정부 평가) 한국 현실이다. 마지막 임시국회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