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마다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새해 첫 주는 긍정적인 뉴스를 선호한다. 새 희망과 비전, 꿈을 얘기하는 한 해의 바람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우울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세계 금융위기와 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였고, 내적으로는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금융부실 문제, 가계부채 증가 등이 경제 안정성을 위협한다.
때마침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가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리타이어푸어’ 등 3대 신빈곤층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신성장동력은 시들해졌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조화, 노인과 청년의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국가 경제는 물론 기업경영까지 적신호가 켜졌다고 진단했다.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업이 시설투자보다는 비용절감과 내부 조직개편, 유동성 확보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혁신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대량생산과 비용관리의 산업경제 체제를 앞세워 수출 주도 정책으로 경쟁의 파고를 넘어왔다. 이제는 혁신을 통해 기업 생산성의 획기적인 향상과 변신,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라는 게 중론이다.
이른바 과학기술 창업경제 구현이다. 과학기술 창의력에 기초한 지식 창조 경제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업드라이브가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 없는 성장의 구조적 고질병을 극복해야 한다. 고령화와 보건복지, 교육의 문제 또한 이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
역서(譯書) ‘창업국가’로 유명한 윤종록 연세대 교수는 “현대 사회는 과거 산업사회와는 달리 성장과 비례해 고용이 창출되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면서 “풍부한 상상력과 첨단 과학기술이 결합하는 창의력에 기초한 과학기술 창업경제만이 살 길”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신성장 이론가 폴로머 교수도 “미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 성장률이 높은 것은 미국 개척정신에 입각한 혁신적 기업 육성정책”이라면서 “1870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의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1.8%로 영국의 1.3%보다 0.5% 이상 높은 것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스라엘에서 ‘산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페레스는 농업을 예로 들었다. 농업은 그저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95%가 기술이며, 단지 5%만이 노동이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접목해 사람을 위한 혁신을 지속함으로써 지난 25년간 농업생산성을 16배나 높였다는 것이다.
소설가 버나드쇼는 “두 사람이 사과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가 교환했다면 여전히 사과 하나씩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아이디어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가 교환했다면 상호 두 개씩의 아이디어를 갖는 셈”이라고 말했다. 혁신은 무한의 자원이며, 스스로 퍼져가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의 혁신은 단순한 비용절감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혹은 전환을 꾀하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핸드릭스사는 본래 가축사료 전문회사였는데, 나중에는 가축의 건강을 진단하는 키트 생산 및 서비스 회사로, 가축 질병치료를 위한 백신 및 예방방법을 개발하는 솔루션 회사로 변신하고 또 변신했다.
바야흐로 과학기술 창업경제 시대다. 상상력과 연구 및 개발로 이어지는 창의국가라는 개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끊임없이 탐구하는 호기심, 대담한 용기 등을 일컫는 ‘후츠파(chutzpah)’라는 유대인의 도전 정신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과학기술경제 시대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