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던 대만 휴대폰 업체 HTC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HTC는 안드로이드폰을 앞세워 그동안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였던 스마트폰 업체다. 아시아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큰 스마트폰 업체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다. 지난 3분기에 미국 시장에서 HTC는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HTC는 최근 발표한 4분기 실적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지난 4분기 HTC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순이익이 26%가 감소했다. 4분기 순익은 전년의 148억 대만 달러(NT$)에서 110억 3억6천4백만 대만 달러로 줄었다. 분기 실적이 감소한 것은 2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매출도 전년 4분기의 1천33억 대만달러에서 1천14억 대만달러로 2.5% 감소했다.
분석가들은 HTC의 실적이 저조한 것은 소비자들이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을 선호한데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HTC의 스마트폰인 ‘와일드 파이어’, ‘센세이션’, ‘라임’ 등 모델은 2011년 마지막 분기에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무라증권 대만 지사의 피터 랴오는 “지난 4분기에 HTC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와 극심한 경쟁을 벌이면서 판매 실적이 매우 저조했다”며 HTC 주식에 대해 ‘중립’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HTC의 향후 전망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인 셈이다.
HTC의 순익이 26% 감소한데 비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순익이 무려 73% 증가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HTC와 삼성전자는 똑 같이 안드로이드폰을 무기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안드로이드에 먼저 베팅한 업체는 HTC다. HTC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안드로이드폰인 ‘G1’을 내놓았으며, 구글의 첫번째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원’을 내놓은 것도 바로 HTC였다. 지난 2009년 HTC는 노키아, RIM, 애플에 이어 4위의 스마트폰 업체였다. 그야말로 거칠게 없었다.언론의 집중적인 조명도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10년 안드로이드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고, 최근 출시된 ‘갤럭시 노트’도 순항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안드로이드폰 시장의 주도권은 HTC에서 삼성전자로 넘어갔다.
IDC의 애널리스트인 윌 스토피거는 “스마트폰 시장은 유행(패선)에 크게 영향을 받는 시장인데 HTC의 스마트폰은 대단한 기기이기는 하지만 혁신의 측면에선 미흡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였던 HTC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아니면 삼성전자의 성장세에 눌려 계속 하락세를 걸을지 주목하고 있다. HTC도 주도권을 삼성전자에 순순히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HTC의 향후 전략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