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특별 인터뷰 베른트 포이에르바허 IAF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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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두 번에 걸쳐 나로호 발사에 실패했다. 그렇다고 기가 꺾여 투자를 멈춘다면 결코 우주 분야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지난 연말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우주연맹(IAF) 아·태지역 총회 및 특별 콘퍼런스 참석차 대전을 찾은 베른트 포이에르바허(Berndt Feuerbacher) 국제우주연맹(IAF) 회장이 전자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건넨 충고다.

 포이에르바허 회장은 EU 우주개발 실패 사례를 들며, 아리안 로켓도 4전 5기를 통해 상용화됐다고 설명했다. 1달러를 투자해 4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도 꺼내 놓았다. 결코 우주개발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포이에르바허 회장과 우주기술 개발에 관한 일문일답을 요약했다.

 

 -한국은 IT에 강점이 있다. 우주 분야에서 무엇을 잘 살려야 하는지 진단해본다면.

 ▲애플리케이션 통합이 중요하다. 우주는 IT기반 융합산업이기 때문이다. 로봇이나 센서 등이 모두 IT기반 아닌가. 지구 밖 우주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땅위의 삶과 IT를 접목하는 방안을 고민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센서와 커뮤니케이션, 지상에서의 서비스를 원활히 하고, 다양한 통합적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IT를 고민한다면 지상에서도 멋진 상용화 기술이 나올 수 있다.

 -우주산업 초기에 유럽이 겪었던 시행착오는 무엇인가. 한국은 이걸 어떻게 피해가야 하나.

 ▲유럽 각국이 모인 EU와 한국을 절대 규모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선진국들이 아쉬워하는 것이 있다. 더 잘했으면 하는 것이 ‘혁신 삼각고리(이노베이션 트라이앵글)’이다. 대학과 업계, 정부연구기관 간 혁신이 진작 있었더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잘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최근 유럽은 산학연 연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 ‘이노베이션 트라이앵글’을 한국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이 우주정거장 발사와 도킹 등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나.

 ▲러시아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중국은 우주개발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 앞만 보고 달리는 물소처럼 보인다. 유인 우주선과 우주유영, 도킹, 우주정거장를 넘어 달 착륙까지도 잘 달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우주개발 분야에서 고속질주 중이다. 과감하고 잘 정비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2020년이 되면 우주 강국이 될 것이다.

 사실 중국은 러시아 우주 프로그램을 많이 복제했다. 러시아 지원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부분은 자체 개발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만큼 기술력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중국 혁명 3세대들은 기술력 측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08년부터 진행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유로화 상황이 좋지 않다. 최근 EU 우주 투자 상황은 어떤가.

 ▲우주 투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현재 위기가 왔다고 해서 이 기조가 꺾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도래했던 2008년 EU는 사상 최대 규모인 100억유로를 우주에 쏟아 부었다.

 올해 상반기 열릴 우주관련 부처 장관회의서 EU 각국이 오는 2016년까지 향후 4년간 어떻게,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EU는 미래 투자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다. 금융위기 극복대안이 미래투자라고 생각한다. 실제 독일도 지난 2008년 국민에 대한 기술교육 투자 등으로 산업적 인프라를 탄탄히 해놨기 때문에 경제위기로 인한 영향을 적게 받는다. 미리 대비해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골프공이나 전자레인지가 모두 우주기술에서 비롯됐다. 우주기술 산업화에 대해 전망해 달라. 또 걸림돌이라면 어떤 게 있나.

 ▲우주에 대한 투자는 펜이나 골프공, 전자레인지 등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이 아니다. 우주개발을 하다 보니 나온 부산물이다. 예를 들어 우주에서 어떻게 식사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마이크로파로 음식을 데우는 기술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사실 우주개발 의도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직접적인 우주기술 산업화를 따져본다면 경제, 문화, 정치, 안전 등 우리 삶과 직결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GPS다. GPS를 활용한 사업 아이템이 얼마나 많은가.

 우주기술 산업화에 큰 걸림돌은 없다고 본다. 우주산업 90%는 통신위성 등 상업용 위성 발사가 차지한다. 발사체나 통신위성, TV 위성 수신 안테나 등이 다양한 산업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규모로 비춰볼 때 발사체 개발에 대한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기 여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나.

 ▲EU도 아리안 로켓 개발을 단번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4전 5기 정신으로 투자했다. 현재 우주개발과 위성에 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이 나로호 발사를 두 번 실패한 걸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한다면 영원히 우주 선진국은 될 수 없다. 발사체도 자체 개발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우주개발이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삶의 질과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로 봐야할 것이다.

 투자는 항상 보상한다. EU도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따져보니, 1달러 투자대비 4달러 파생 효과를 냈다. 실기하면 안 된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발사체 자체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은 아태지역 우주기술 주도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국이 IAF 아·태지역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데.

 ▲맞다. 초대 지역그룹 의장으로 최흥식 항우연 특별고문이 선임됐다. 아·태지역 그룹은 자연재해 예방과 위성사진 판독을 비롯한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하게 된다.

 쓰나미나 홍수, 산불, 화산폭발 등이 일어나면 도로 등이 단절되는데 위성이 영상을 제공한다면, 조난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홍수날 때 항공우주 3D 기술로 범람지역을 예측할 수 있고, 가뭄지역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 최근 벌어진 태국 홍수나 백두산 화산 움직임도 위성사진으로 분석 가능하다. 화산폭발 잠재성을 위성으로 알 수 있다는 건 매우 흥미롭다.

 한국이 올해 합성개구레이터(SAR)가 장착된 다목적 실용위성을 발사하면 자연재해 예측에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U에선 SAR을 이용해 밀리미터 단위로 지면 움직임을 측정하고 있다.

 -우주선진국들은 인터내셔널 차터나 센티넬 아시아 등을 통해 재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도 올해 2개 지구관측위성을 갖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한국 위성 기술도 급진전 했다. 다목적 실용위성 1,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다목적 실용위성 3호는 우주상공에서 70㎝크기 물체도 식별 가능한 카메라를 갖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국가와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다목적 실용위성 5호까지 올라가면 위성과 관련한 한국의 글로벌 기여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위성과 발사체 군사적 이용은 어떻게 나누고, 견제해야 하나.

 ▲우주경쟁은 동서 냉전시절 양자 간 자존심 싸움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우주경쟁이 평화협력 장이기도 했다. 양면성이 있다. 유럽은 모두가 힘을 모아 우주정거장(ISS)을 활용하는 등 평화적으로 이용해 왔다. 현재 투자가 미래 평화적 목적으로 활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군사적인 활용 여부는 우리 자신에 달린 문제다.

 -회장께서 여러 가지 우주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기념비적 프로젝트가 있나.

 ▲휴먼 스페이스 랩, 마이크로 랩 등이 있지만, 유럽우주청(ESA)의 무인 혜성 탐사선 ‘로제타’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매니저 역할 했다. 로제타 프로젝트는 우주선에서 탐사모듈을 분리해 혜성에 안착하는 기술이다. 혜성에 안착하면 45억년 전 지구의 초기상태를 파악하게 된다. 혜성이 절대온도에 가장 가까운 저온이고, 제로 중력 수준이어서 지구 초기상태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생명체나 우주 기원을 파악하는 실마리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발사됐으니 오는 2014년 11월께 혜성 ‘추류모프 게라시멘크’에 도착할 것이다.

 -대한민국 우주개발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나로호 발사에 2회 실패했다. 이번엔 성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추진해 좋은 결과 내길 바란다.

 사람이 우주의 미래다. 한국은 인재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 젊은 과학도들의 우주에 대한 열정에 감명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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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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