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일부 중소업체가 잇달아 공급을 늘리며 분위기 반전을 도모한다. 침체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술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운 값진 케이스라는 평가다.
전송장비 업체 SNH는 최근 2010년 한 해 매출을 뛰어넘는 단일 계약을 성사시키며 3년 만에 처음으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SK텔레콤에 189억원 규모 롱텀에벌루션(LTE)망 구축용 SCAN 광전송 장비 ‘링먹스(RING MUX)’를 공급한다.
SNH와 모회사 HFR가 공동 개발한 링먹스는 LTE 디지털 기지국과 라디오 기지국을 연결하는 전송장비로 망 효율성을 높이며 구축비용은 줄이는 장점이 있다.
SNH는 지난해 하반기 이 장비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SNH 관계자는 “앞으로 2년 이상 공급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통신장비 업계 생존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체 기술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쏠리테크는 SK텔레시스와 173억원 규모 링먹스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회사 2010년 매출 20%에 달한다.
잇따른 낭보 뒤에는 이들 회사가 연구개발(R&D)로 확보한 원천기술이 있었다.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면 활로를 뚫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계측기 전문 회사 애질런트와 손잡고 와이브로·LTE 계측 장비를 공급하는 이노와이어리스는 R&D 인력이 전체 80%에 달할 정도다. 그 덕분에 이동통신 계측 분야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받았다.
회사는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2일 삼성전자와 2010년 매출의 23%가 넘는 78억원 규모 무선망 시험장비 개발용역 계약을 맺었다.
제너시스템즈가 지난 12월 말 LG유플러스에 소프트스위치(SSW)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애플리케이션딜리버리컨트롤러(ADC) 업체 파이오링크 역시 대원씨티에스를 총판으로 영입해 국내 영업 확대에 나서는 등 기술 기반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작지만 활기를 띄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교광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네트워크·통신 장비 시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난관에 대응할 수 있는 나름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며 “통신 트렌트가 진화하며 새로운 기회가 잇따라 나오는 만큼 특화된 기술로 승부하는 기업은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더욱 체질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