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 대길의 해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통치자를 새롭게 선출한다. 북한도 지도자가 바뀌었다. 지도자가 바뀌면 정치도 변한다.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방향도 새롭게 바뀔 때가 온 것 같다.
MB정부 출범과 함께 IT 전담부처인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관련 업무를 네 동강 내어 4개 부처에 분산시켜 지난 4년간 실험을 했는데 어떤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한 IPTV는 현재 가입자 수가 450만에 육박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은 되었으나 새로운 IPTV용 컨텐츠는 거의 개발되지 않았다. 제4 이동통신의 ‘와이브로(WiBro)’ 기술은 우리나라가 2006년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인데 사업자를 선정도 하지 못했다. IT와 기존 산업의 융합을 추진한 지식경제부의 경우 정보통신발전기금을 IT 융합기술에 집중 투입함으로써 IT 본연의 경쟁력 확보에 소홀했다. 디지털 컨텐츠 업무를 가져간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육성은 하였으나 킬러 컨텐츠는 아직 없다. ‘셧다운제’의 도입으로 그나마 우리나라가 좀 경쟁력을 가졌던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에 찬물을 끼얹졌다.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해외 IT지원센터 업무도 행정안전부가 대폭 축소시켰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주된 원인은 업무를 토막 내어 종합적으로 보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스마트TV의 경우 가전제품이므로 지경부가 직접 관계되지만 스마트TV가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므로 망중립성 문제와 연관되는데 이는 방통위의 몫이다. 디지털 컨텐츠도 생산은 문화부가 하고, 쓰는 것은 방통위다. 최근에 부처간 IT 업무 조율을 위해 4개 부처가 ‘IT정책조율운영협의회’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거엔 필요하지도 않던 조직이다.
물론 정통부를 해체하지 않았다면 모두 잘 되었을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반이 전혀 없었던 우리나라 ICT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지난 20여년간을 돌이켜보면 잘못한 것도 있었지만 정통부가 중심이 되어 지속적으로 네박자를 잘 맞추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ICT의 네박자 구성요소는 이용자, 사업자, 산업체, 그리고 정부다. 산업체가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사업자가 적극 도입하고, 이용자는 이용하며 사업자는 성장한다. 이러한 선순환의 생태계를 위해 정통부는 당근에 해당하는 진흥정책과 채찍에 해당하는 규제정책을 함께 사용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각각 하나가 빠진 세박자로 엇박자 상태다.
앞으로 소프트웨어와 컨텐츠의 중요성이 커진다. 이를 고려한다면 과거 IT에서 ICT 전체를 총괄하는 전담부처를 조속히 만들어 네박자에 맞춰야 할 것이다.
임주환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객원교수 chyim1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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