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블랙

 올해 대세를 이룬 색깔은 화이트다. 최근 모 경제연구소는 올해 최대 히트 상품에 백색국물 라면 돌풍을 일으킨 꼬꼬면을 뽑았다. 꼬고면은 빨간 국물이 대세였던 라면 시장에서 ‘빨간 국물이 아니면서도 칼칼한 맛’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대박을 터뜨렸다.

 스마트폰 시장도 ‘백색’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올 봄에 아이폰 화이트 제품이 출시되자 애플 마니아들은 열광했고 이후 상당수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들도 하얀색 옷을 입고 등장했다. 일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은 검은색보다 흰색 제품 판매량이 2배 가량 높았다.

 새해는 검은색이 주류다. 임진년(任辰年)인 2012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다. 유통업계는 이를 기념해 벌써부터 흑룡 마케팅 준비에 부산하다. 흑룡 와인에서부터 흑룡 금괴, 흑룡 팬티, 흑룡 골프공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온통 검은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색체심리학에서 ‘블랙·검은색’은 어둡고 부정적인 의미로 분류한다. 아동심리학에서도 검은색을 위주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반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케팅 용어인 ‘블랙 컬러마케팅’은 위기가 오히려 홍보효과로 돌아온다는 뜻으로 사용돼 전화위복(轉禍爲福)과 맥을 같이한다. 저가 제품을 검은색으로 포장해 고급스럽고 깔끔한 이미지로 성공한 예가 무수히 많다. 패션 업계에서도 블랙은 ‘시크하고 모던’한 이미지로 통용된다.

 올 한해 IT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소비자 수요 감소다. 스마트폰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들이 바닥에 머물고 있다. 연말 특수가 무색할 정도다. 유럽발 금융 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불안도 한몫했다.

 올해 세상을 떠난 스티브잡스가 1997년 애플에 복귀하면서 선보인 ‘아이맥’은 대표적인 컬러와 디자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속이 보이는 누드디자인을 채용한 이 제품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쓰러져가던 애플을 일으켜 세웠다. 당시 누드디자인이 모든 전자제품에 확산되면서 IT 시장 전체가 활기를 찾았다.

 우리나라가 IMF 환란에 시달릴 때 ‘누드’가 IT 경기를 살려낸 것과 같이 새해에는 ‘블랙’에 기대를 걸어온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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