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1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국과위 산하 단일법인으로 통합하는 출연연 구조개편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일선 연구현장에서는 개편방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구조개편안 내용을 반영한 출연연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개편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연구현장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국과위의 구조개편안과 관련, 가장 큰 쟁점은 통폐합하는 출연연의 법인격 해체와 ETRI의 지경부 잔류 두 가지다.
◇반쪽짜리 구조개편=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과기분야 출연연 개편방향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출연연 단일화는 타 부처에 잔류하는 출연연 수를 최소화해야 했지만 이번 개편결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력과 예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ETRI를 통합에서 제외한 것은 출연연 전체의 통합이라는 기본 취지를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는 당초 민간위가 제시한 개편안과도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또 천문연과 수리연은 과학벨트 내 기초과학원 부설로 이관함에 따라 사실상 출연연 성격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상임위 계류 중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해양연구원의 출연연 통합법인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통합법인에는 27개 기관 중 18개 기관만 소속되는 반쪽 통합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나머지 9개 흩어진 기관에 대해 국과위가 효율적으로 종합 관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법인격 해체 우려=연구현장에서는 통합법인의 법인격 해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관 정체성이 문제다. 수십년간 단일 명칭과 고유의 기관문화를 유지해 왔던 연구기관 입장에서 단일법인 통합은 생소하다.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은 각자의 인프라와 연구역량, 고유문화를 축적해 왔는데 단일법인화 되면 인프라 파괴와 연구역량 이탈, 고유문화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기관이 쌓아 온 국제적 인지도의 소실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해양연, KIST 등 주요 출연연은 국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통한 독자 인지도를 쌓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연구개발원 산하로 통폐합되면서 이러한 자산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법인격 해체로 그동안 개별 기관이 가졌던 예산·인사권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와 함께 통폐합에 따른 일부 인력 감축, 특히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원 태풍도 우려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 인력을 대부분 출연연에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구현장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구체적 매뉴얼 제시해야=전문가들은 정부가 개편작업 과정에서 연구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통합에 따른 연구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소통과 단계적 통합의 구체적 매뉴얼 제시가 필요하다.
이원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장 과학기술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그동안 지적돼 온 연구 분야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연구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PBS, 인력 유동성, 예산 등 통합 이후의 구체적 매뉴얼을 만들어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단순 조직개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출연금 비중 확대, 연구원의 정년 환원, 비정규직 연구원의 정규직 전환, 처우개선 등도 함께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출연연 개편방안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