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립지리원 공식 기관명은 ‘Ordnance Survey(병참 조사·OS)’다. 명칭 기원은 17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침공을 걱정했던 영국 정부는 효과적인 방어책을 찾기 위해 남부 해안 지형을 담은 지도 제작을 결정한다. 국방부에 해당하는 병참부(Board of Ordnance)에 의뢰했고, 지도는 실제 프랑스 침공을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 영국 정부는 당시 일을 계기로 전국 지도를 제작하게 됐고, 역할을 맡은 곳 이름이 병참부를 따서 ‘Ordnance Survey’로 정했다.
OS는 2000년 놀라운 결정을 내린다. ‘공간정보’ 개념이 보급되지 않던 당시 ‘TOID’라는 일종의 공간정보등록번호(UFID)제도를 도입한다. UFID는 사람 주민번호처럼 개별 시설물에 부여한 식별번호다. UFID는 지리정보시스템(GIS)에 필수적 요소다. OS는 TOID 도입 덕분에 온라인 지도서비스와 GIS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OS는 2000년 후 디지털화 작업을 18세기말 프랑스 침공을 막기 위한 지도제작과 함께 ‘양대 혁명적 사건(Two revolutions)’으로 소개한다.
우리 정부도 최근 UFID도입을 선언했다. 현재 GIS상에서 통계청 통계지리정보(건물 업체정보 등), 국토부 건축물정보(건물 면적·용적률), 행정안전부 도로명 주소가 제각각이다. 연계가 불가능하다. 이들을 엮어 공간정보서비스를 펼치려는 업계는 답답할 노릇이다.
뒤늦게 국토부가 2014년까지 300억원을 투입, 전국 600만개 모든 건물에 UFID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첫해인 내년 예산이 20억원 수준이다. 미흡하다. 2014년까지 가능할지 의문인 가운데 도로시설은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도로시설은 무려 4000만개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6~7배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2014년도 막막한데, 또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OS는 1983년 민영화 후 비용을 자체 해결하기 위해 상업펀드를 결성한다. 수익사업도 펼친다. 우리 정부가 참고해야 한다. 정부는 UFID로 전자정부구현, 융합컨텐츠 제공, 모바일 서비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 창출을 강조했다. 산업 육성 의지가 있다면, 예산문제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 예산당국만 바라본다면, 헛세월만 보내게 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