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해가 바뀌면 달라지는 법·제도가 많다. 대국민 서비스가 개선되기도 하고 규제가 없어지거나 새로 생기기도 한다.
달라지는 제도 중에서도 발전 업계와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주목하는 제도가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새해 시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다. 정부는 앞서 2001년에도 같은 목적으로 발전차액지원제(FIT)를 도입, 운영했지만 생각한 만큼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아지지 않고 정부 재정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제도를 폐지했다.
RPS가 실시되면 설비용량 500㎿ 이상 발전사업자는 전력생산량 일정 부분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시행 첫 해에는 전년도 발전량의 2%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2022년까지 매년 0.5%p씩 늘려 발전량의 총 10%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공기를 공급해야 한다.
말이 2%지 당장 새해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 발전량은 7000~7300GWh에 이른다. 하지만 발전사들이 확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발전사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조력발전 건설은 거센 민원에 막혀 있고 해상풍력발전도 컨소시엄 참여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진행이 더딘 상태다. 아무리 빨리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완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나마 민원이 적은 태양광발전 쪽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비용이나 면적에 비해 발전효율이 낮아 딜레마다.
최근 열린 신재생에너지 관련 워크숍에서는 발전사들의 RPS 이행 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발전사별로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발전사들의 평균 RPS 이행 비율이 91~96%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RPS 이행비용을 보전해주고 발전사가 의무공급량의 30%를 다음해로 연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3000억원에 달하는 RPS 의무이행비용을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반영해서 보전하고 2013년 전기요금에 RPS와 관련된 별도 항목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가정용을 포함할 경우 1㎾h당 0.63원의 전기요금이 오르고 주택용을 제외하면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요금은 0.74원가량 오른다. RPS 이행을 위해서는 국민의 부담도 수반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또 있다. 30%를 연기해 당장은 의무를 면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발전사가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라는 데 있다.
직접 이행하지 못하는 분량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해서 해결하라고 하지만 정작 구입할만한 REC는 찾기 힘들다. 태양광 REC는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신재생에너지원 REC에 비해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발전사 관점에서는 달갑지 않은 선택이다.
30%를 다음해로 넘기고 REC 구입으로도 해결이 안 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한 발전사는 RPS 이행 전망을 최대한 낙관적으로 잡아도 새해에 내야할 과징금이 최소 1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발전사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새해 한전 6개 발전자회사만 10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발전사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투자와 REC 구입에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고 RPS 이행을 못하면 수백억~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내야한다. 그리고 그 중 일정 부분은 정부에서 지원한다. 결국 최종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지난 22일 정부와 공급의무자들이 RPS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손을 맞잡았지만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RPS가 수학 공식으로 시원하게 풀 수 있는 문제라면 좋으련만….
주문정·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