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매력은 140자다. 글을 짧게 쓰는 것은 품이 많이 든다. 문장을 가다듬고 압축해서 핵심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촌철살인의 예리함에 읽는 이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절제된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꾼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의 조회와 추천수가 많았던 ‘올해의 단어’를 보며 상념에 젖는다. 어지럽게 흐트러졌던 정치·경제·사회·문화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아랍의 봄(Arab Spring)’에서 시작해 ‘점령하라(occupy)’로 마무리하며 요동친 2011년. 영국인은 먼 나라 인권, 민주주의보다 자신의 얇아진 지갑이 더 절박했다.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이 뽑힌 이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팍팍해진 보통사람의 처지를 대변한다.
중국인은 ‘공(控)’과 ‘상불기(傷不起)’를 택했다. ‘공’은 물가가 너무 올라 서민이 힘들어진 상황을 반영한다. 정부가 잡아주고 통제해 달라는 바람이다. ‘상불기’는 ‘납득하기 힘들다’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다. 원저우 고속철 사건이나 스쿨버스 참사 등 대형사고가 유독 많았다.
일본인은 ‘줄 반(絆)’을 골랐다. 일본어로 ‘기즈나’로 읽는 이 한자는 사람 사이 정을 말한다. 대지진과 원전사고 같은 재해를 겪으며 가족과 동료 간 정을 중요하게 느꼈던 모양이다.
우리는 어떤가. 직장인은 ‘수무푼전(手無分錢)’을 꼽았다.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구직자는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편하지 않다’는 ‘망자재배(芒刺在背)’가 1위다. 취직하지 못해 눈치를 보는 불편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LG경제연구원이 포털사이트 다음과 함께 선정한 세대별 관심사를 보면 20대는 취업, 30대는 육아, 40대는 돌연사, 50대는 가계 빚이라고 답했다.
그야말로 국민의 가슴에 스산한 바람만 휑하니 지나갔다. 이참에 내 맘대로 올해의 단어를 고른다면…. 정치 분야는 ‘야, 안 돼~’ 경제 분야는 ‘애매합니다잉~’을 뽑고 싶다. 우리 스스로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희망 키우기, 진짜~ 어렵지 않아요.”
행복과 슬픔의 바퀴는 같은 길을 함께 달리는 법이니까.
김인기 편집2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