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가 지난주 새해 업무보고를 했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국내기업에 조세감면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은 해외투자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2003년 8월 인천이 처음 지정됐다. 이어 부산·진해, 광양만이 2003년 10월, 2008년 5월에는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 3곳이 추가로 지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내년에는 햇수로 10년째가 된다. 10년 성적표는 기대이하다. 핵심인 외자유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외자유치금액은 11월 말 현재 36억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경제자유구역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8~18년 더 개발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인프라와 정주여건이 좋아져 유치 실적이 좋아질 것이다.
지난 10년간 36억달러 유치실적은 초라하다. 정부도 목표치에 미달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외자를 끌어들일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돈은 늘 보수적이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무언가 남는 게 있어야 움직인다. 외자가 안 들어온다는 건 그만큼 국내 경제자유구역에 먹을 떡이 적다는 것이다.
그나마 외자에 대한 혜택은 좀 있다. 국세(법인세와 소득세)를 3년간 100% 면제해준다. 추가 2년은 50%만 감면해준다. 지방세(취득세와 등록세)도 지역에 따라 최장 15년간 면제 받는다. 이 정도 ‘떡’으로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 싱가포르 등 우리 경쟁국가들이 제시하는 ‘떡’이 더 크다. 큰 것 한방이 필요하다.
좋은 방법은 국내 대기업을 입주시키는 것이다.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은 외국 기업들이 사업 파트너로 간절히 바랄만큼 성장했다. 경제자유구역 안에 이들이 있다는 것은 “투자해도 되겠구나” 하는 믿음을 준다. 실제 경제자유구역 사람들이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을 방문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삼성과 LG는 (들어와) 있느냐”다.
경제자유구역 면적(481㎢)은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넘는다. 이 넓은 곳을 다 외투기업으로 채울 수 없다. 국내기업의 경제자유구역 입주가 불가피한 또 다른 이유다. 지경부의 경제자유구역 업무 보고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방향성은 좋지만 실현하기는 어렵다.
우선 세수 감수를 이유로 재정부가 반대한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기업도시니 혁신도시니 하는 대규모 기업타운이 늘고 있는데 이들이 형평성을 내세워 세제혜택을 요구하면 난감한 상황이 된다. ‘이길 수 없는 싸움(No win situation)’이란 말이 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기에 어떤 전략과 무기를 써도 질 수 밖에 없다. 앵커 역할을 하는 국내 대기업 입주를 지금처럼 막아놓고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건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새해 상반기 중 새로운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길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방은주 경인취재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