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CJ E&M ‘슈퍼스타K3(슈스케)’는 TV뿐만 아니라 모바일 서비스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동시 접속자 수가 수십만명에 이르러 서버가 일시 다운될 정도였다.
인기 투표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청자 중에서 슈스케 애플리케이션이나 N스크린 서비스에 접속해 투표한 층이 많았다. 방송을 캡처해서 바로 자신의 스마트패드에 저장하는 등 TV보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TV 없이 산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TV는 없지만 동영상을 더 많이 본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거실에 앉아서 TV로만 동영상을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방 안에서, 차를 타고 가다, 길거리에서 동영상을 보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e리더 등 다양한 스마트기기가 등장함에 따라 N스크린 서비스 시장도 커져 왔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Netflix)와 훌루(hulu)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콘텐츠를 가진 회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CJ헬로비전은 ‘티빙(tving)’ 서비스를 출시했고, MBC·SBS는 ‘pooq’과 ‘고릴라’를, KBS는 ‘k플레이어’를 내놨다. 현대HCN과 판도라TV가 손잡고 ‘에브리온TV’를 선보이고 티브로드는 주문형비디오(VoD) 전용 서비스 ‘아임티캐스트’를 공개했다.
일반 시청자들이 항상 접하고 있지만 잘 인지하지 못하는 N스크린 서비스도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그것이다. 강남역 대로변에 늘어서 있는 대형 전광판, 영화관에서 영화 정보나 예고편을 볼 수 있는 화면, 지하철 역 키오스크 스크린에서 띄워주는 동영상 역시 일괄적으로 관리해서 다양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대학, 초중고교에서도 동영상 콘텐츠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 강의를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공개 강의 서비스를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동영상 N스크린 서비스 홍수라고 할 만하다. 이 모든게 3년 남짓한 세월동안 이뤄졌다. 앞으로 3년 후, 5년 후에는 어떤 형태의 동영상 서비스가 출현하게 될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기업이나 학교, 정부 등에서 빠르게 N스크린 서비스 체제로 전환할 수 있었던 건 업계가 나름대로 동영상을 관리하는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동영상을 여러 단말기로 보내고자 할 때는 꽤 많은 기술이 이용된다. 각 단말기에 맞게 동영상 해상도를 변환시켜야 하고, 전송을 위한 압축(인코딩)·복호(디코딩) 기술에 코덱도 있어야 한다. 단말에서 동영상을 재생하려면 각종 코덱을 지원하는 재생기(플레이어)도 필요하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동영상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중소기업은 자체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여서 온라인 서비스를 하기는 힘들다. 콘텐츠는 가지고 있지만 온라인으로, 다양한 단말기로 콘텐츠를 보낼 만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한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다.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OVP)을 활용하면 된다.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려면 필름 영상을 디지털화한 뒤 압축해서 전송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에서는 압축을 풀어 재생하고 일정한 틀에서 보여주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OVP는 영상 압축부터 스마트폰에서 동영상이 돌아가기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동영상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OVP 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산업은 지난해 전 세계 3억600만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2015년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이동통신망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국가로 이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업계 선두주자는 미국에 본사를 둔 브라이트코브다. 2004년 미국에서 설립돼 지난해 한국에 지사를 세웠다. 50개국, 2300여개 협력사와 거래한다. 기업은 물론이고 학교, 정부기관, 언론사가 주요 고객사다.
국내에서는 럼퍼스가 OVP 패키지를 출시해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기업 브라이트코브에 맞서는 전략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인코딩·디코딩 트랜스코더, 재생 플레이어, 예약용 스케쥴러에 통계서비스를 묶음형으로 판매한다. 패키지를 구매할 여력이 안 되는 중소업체에게는 서버까지 제공하는 임대 서비스를 한다. 그동안 트랜스코더는 이지씨엔지, 갤럭시앤미디어가, 콘텐츠관리서비스는 아이온커뮤니케이션, 코난 등에서 개별적으로 제공해왔다.
브라이트코브는 패키지만 판매하지만 럼퍼스는 각각 모듈을 분리해서 패키지 안에서 원하는 것만 살 수 있도록 했다.
OVP에서 제공하는 통계서비스는 기업이 광고 수주를 할 때 지표로 사용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트래픽이 몰리는 시간은 물론이고 접속 단말기 대수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통계 리포트를 작성한다. 단말기마다 다른 사용자환경(UI)에서 주소, 대표 이미지, 비디오 정보도 생성해준다.
기존 TV에서도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관리가 쉽다. 웹·IPTV·스마트TV·모바일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사이니지 관리 플랫폼은 럼퍼스의 차세대 사업이다. LG유플러스 전국 300여 대리점 스크린에서 구동되는 동영상은 이 솔루션으로 관리한다. 미리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영상을 띄워 보여준다. 솔루션과 키오스크 장비를 함께 공급하거나 자사 솔루션을 내장한 셋톱박스를 학교 등에 직접 판매한다.
◇OVP(온라인비디오플랫폼)=인터넷망을 이용해 PC·스마트폰·스마트패드·TV 등 다양한 단말기에 동영상을 보낼 때 쓰는 기술을 통칭한다. 영상을 압축·복호화(인코딩·디코딩)하고 멀티미디어 재생기(플레이어) 코덱을 지원한다. 동영상 시청 행태나 접속자 숫자, 트래픽 등 통계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