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인이 심근경색에 의한 자연사로 발표되면서 독재자들의 최후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또 하나의 사례를 추가하게 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9일 보도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명 희생 사례를 숫자로 조명한 책 `소름끼치는 사건 대사전: 사상 최악의 100대 만행 연대기`(매튜 화이트 지음. 2011년 W.W. 노튼 & 캄퍼니사 출간)에 따르면 상상하기 어려운 만행을 저지른 독재자 중 절반 이상이 평화롭게 자연 수명을 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트는 이 책에서 "이들 대량학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압제자와 전쟁광의 약 60%는 사건 뒤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기술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비록 길거리에서 성난 시민들의 손에 참혹하게 죽었지만 구 소련을 철권통치했던 이오시프 스탈린은 대원수의 자리에서 74세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이 책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대학살의 주범 중 49%는 죽을 때까지 통치하다 자연사했다. 11%는 평화롭게 권좌에서 물러났고 8%는 비록 망명지에서나마 자연사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평화롭게 자연사하지 않은 사람들 중 재판을 받고 처형된 사람은 단 9%에 불과하며 8%는 암살로, 7%는 전쟁 중에 죽었다. 4%는 투옥됐고 4%는 자살했다.
한편 플로리다 스테이트 대학 로버트 젤러틀리 교수(역사학)에 따르면 독재자들은 자연사하는 과정에서 노령과 쇠약을 가리키는 경고를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레닌 시대로부터 공산주의 국가들은 스스로를 현대 국가로 자처해 왔지만 이들은 지도자 사후 전환기 과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에 대해 아무런 대비가 없다. 이런 국가의 지도자들은 병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제야 후계자를 거론하지만 예외없이 온갖 흠을 들춰낸다. 이들은 죽음을 쉽게 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종종 권력을 둘러싼 막후 암투가 벌어지게 되는데 외부에서 보면 누가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스탈린이 1920년대 권좌에 오를 때 외국 국가원수들은 누가 실세인지 알지 못해 당황해 했으며 역사학자들은 훨씬 뒤에야 스탈린이 모든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젤러틀리 교수는 말했다.
그는 스탈린의 죽음은 어떤 면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재 치하에 숨죽이며 살던 많은 소련인들, 심지어 강제 수용소 재소자들까지 스탈린의 죽음을 열렬하게 애도했고 이번에 공개된 비디오를 보면 공장이나 거리에서 북한 주민들도 내놓고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젤러틀리 교수는 북한의 애도 물결에 대해 "그들이 진정으로 슬퍼해서인지, 아니면 미래가 불안해서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한히 많다. 어쨌거나 이는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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