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분명 처음 하는 일이거나 처음 보는 것인데 왠지 어디선가 경험한 느낌이 든다.
누구나 한번 쯤은 느껴본 이상한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말인데도 일상 속에서 자주 쓰인다. 2006년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한 ‘데자뷰’라는 영화도 있고 동명의 책, 노래도 적지 않다.
데자뷰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정보가 뇌 속에 남아 있다가 비슷한 정황이 됐을때 “와봤던 곳인데” “언젠가 경험한 일인데” 등의 기시감을 가져온다.
데자뷰를 느꼈을 때 기분도 제각각이다. 좋은 분위기를 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데자뷰를 느낄 때 그다지 좋은 기분이 들진 않는다. 지난 16일 제4 이통사업자 허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광화문 방통위에서 또 한번 유쾌하지 않은 데자뷰를 경험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자금조달 계획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담당 국장 설명 때문이다. 담당 업무를 맡은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국장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의 브리핑을 한 적이 없었을텐데. 이상했다.
나쁜 머리를 굴려봤자 소용없을거 같아서 예전 기사를 훓어봤다. “가입자 유치계획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낙관론에 기반했다”는 브리핑 내용이 있다. 2월 24일 두 번째 제4 이통 허가심사 결과 발표 자리였다. 발표자가 바뀌었을뿐 같은 장소에서 열달 만에 비슷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탈락이라는 결과, 탈락 배경 모두 변함이 없다. 달라진 것이라곤 고배를 마신 사업자가 이번엔 둘이었다는 정도.
데자뷰가 하나 더 있다. 방통위 반응이다. “아쉽다” “부실한 사업자가 선정되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다” “경쟁을 촉진하고 와이브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 이것 역시 지난 2월과 유사하다.
이쯤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데자뷰인지 재방송인지. 아니 주인공이 일부 바뀌었으니 재방송은 아니고 2탄, 3탄 시리즈물이라고 해야겠다. 다음에는 흥행에 성공하는 후속시리즈가 나오길 바랄뿐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