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패스트 팔로어, 패스트 무버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이 나오면 재빨리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 지금까지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승부했다. 스마트폰 시장만 해도 이제는 국내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최초’라는 명예는 없을지언정 어찌보면 실속을 챙기는 현명한 전략이기도 했다. 먼저 출발한 1인자를 뒤쫓아간다는 패스트 팔로어가 되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 나름의 경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한계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국민 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어는 힘에 부친다. 게다가 이제는 쫓아갈 1인자도 그리 많지 않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는 ‘패스트 무버’로 옮겨가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R&D 정책은 여전히 패스트 팔로어에 맞춰져 있다. 새로운 R&D 과제를 심사하고 지원을 결정하기까지 보편적인 기준은 ‘시장규모’다. 국내 R&D가 대부분 외산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탓이다. R&D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보니 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새 시장을 창출하는 R&D 일수록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물론 실패 확률은 높을 수 있지만, 실패도 자산이다.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과제가 많다. 선진국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나노, 에너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초 2조원의 예산을 기대하고 나노 초강대국을 꿈꾸며 시작한 나노융합2020은 42억원이라는 초라한 규모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사업은 그나마 낫다. 그래핀이나 소형원자로와 같은 미래 선도 기술들은 아예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R&D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물론 당연하다. 그러나 패스트 무버로서 새로운 도전을 기피한다면 세계 최고가 되는 꿈은 영영 실현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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