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기술선정 올해 넘긴다

 재난안전통신망 기술 선정작업이 결국 올해를 넘긴다. 이견 조율 과정이 길어지며 실제 사업추진 시점 역시 원래 계획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10년 가까이 추진과 백지화를 거듭했지만 부처와 사업자가 얽힌 ‘이해 관계’ 암초에 걸려 최종문턱에서 진통을 반복하고 있다.

 15일 재난망 구축에 참여 중인 정부 관계자는 “자가망·상용망 등 구축방식을 두고 방통위와 행안부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는 단계”라며 올해 안 재난망 기술 선정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당초 12월 중 재난망 기술을 선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행안부 상용망 검토 시작, ‘조율 쉽지 않아’=올해 안에 기술 선정이 어려울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됐다. 사업을 주도하는 행안부가 지난 10월 기술 검증 결과를 토대로 와이브로 혹은 테트라를 자가망 방식으로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주파수를 관할하는 방통위, 통신사업자와 충돌을 예고했기 때문. 통신사업자 측은 이미 구축한 상용망을 활용해 재난망이 구성되길 원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방통위와 재난망 구축 방식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접촉해 이야기 하고 있다”며 “(방통위 의견을 받아들여) 상용망 이용에 관한 법적·기술적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련 부처가 합의점 찾기에 나섰지만 행안부가 ‘상용망 이용’이라는 방통위 의견을 적극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어떤 방향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가망을 포함한 여러 방식에 대해 실무적인 재검토를 하는 수준”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경철청, 국가정보원 등 필수기관이 보안성 등을 이유로 상용망 구축을 꺼리는 것도 방통위 안 수용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사업이 고착 상태에 빠지자 통신사업자도 방통위 지원사격에 나섰다. 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 주 △자가망 확산 반대 △재난망 상용망 이용 등을 골자로 의견을 행안부에 전달했다. 재난망 구축 방식 논란을 기점으로 자가망 확산 반대라는 업계 의견을 전하는 한편 상용망 쪽으로 재난망 사업 물길을 돌리겠다는 의도다.

 ◇최대 1조원 이상, 이해 대립 첨예=국가 통합망으로 구축되는 재난망은 최대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통신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정도 규모 사업은 기대하기 힘들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크게 자가망과 상용망으로 나뉜 업계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상용망 방식으로 재난망 기술을 제안한 한 업체 관계자는 “회사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자가망 방식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비용만 많이 들어가는 하마”라고 주장했다.

 기술검증에 참가한 업체 한 관계자는 “재난망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곤란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빨리 결정이 나길 바랄 뿐”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 사업에 인력과 자본 등 투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술 선정 등 최소한 방향도 결정되지 않으면서 내년 사업계획이 불투명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행안부는 속도전보다는 신중한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송석두 행안부 재난안전관리관은 “사업을 빨리 추진하는 것보다는 공감대를 넓게 얻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상용망과 자가망에 대한 보안성, 경제성 등 전문가 의견도 각각 달라 이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공개적으로 결론을 맺는 과정을 밟겠다고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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