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포르셰가 만든 디젤 세단 `파나메라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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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셰도 융통성이 생겼다. 잘 달리는 차는 더 잘 달리게 만드는 한편, 고객을 넓힐 수 있는 일종의 보급형도 내놓는다. SUV ‘카이엔’의 V6버전이 그랬고 이번에 시승한 파나메라 디젤도 마찬가지다. 포르셰와 디젤이라니,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있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조합일 수 있다.

 파나메라 디젤의 문짝에는 정직하게 ‘Diesel’이라고 적혀있다. 그것뿐이다. 나머지는 기존 파나메라와 같다. 포르셰가 만들었던 슈퍼카 ‘카레라GT’를 연상케 하는 앞모습이나, 포르셰 중에서도 최고로 꼽고 싶은 실내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했다. 상위 버전의 파나메라와 비교하면 일부 사양이 빠진 탓에 몇몇 버튼의 빈자리가 눈에 띄긴 한다. 디젤 버전임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는 가솔린 모델보다 표기 범위가 좁은 계기판의 엔진 회전계다.

 냉방 기능이 빠진 가죽 시트는 포르셰답게 지지력이 우수하고 쿠션도 탄탄하다. 낮은 시트 위치와 함께 거의 90도로 곧추선 운전대가 달리는 기분을 부추긴다. 그러면서도 세 개나 배치한 컵홀더가 이 차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파나메라의 트렁크는 445리터다. 차체 사이즈를 생각하면 큰 용량이 아니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1263리터까지 늘어난다. 이런 차급에서는 용도에 따라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시동을 거니 포르셰다운 떨림이 있다. 조용한 차는 아니다. 탑재된 3.0리터 V6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은 250마력이고, 1750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수치 자체는 동급 디젤들 사이에서 튀지 않는다.

 자동변속기는 8단. 정지 상태에서 시속100㎞까지 가속하는 데는 6.8초가 걸린다. 2톤에 이르는 무게, 엔진 배기량을 생각하면 준수하다. 체감 성능은 그보다 높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회전 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밀어주는 힘도 상당하다. 특유의 효과음 때문인지 동급 고급세단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6단에서 200㎞/h를 넘기고, 제원상 최고속도인 242㎞/h도 가뿐해 보인다. 3리터급 디젤에서 더 이상의 성능을 바라기는 힘들다.

 자동변속기는 작동이 상당히 부드럽고 변속 충격도 없다. 8단으로 200㎞/h를 달리면 엔진 회전수는 2600rpm 남짓에 불과하다. 정속 주행할 때는 편안한 느낌이 부각된다. 엔진은 조용하고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만 들린다. ‘그란투리스모’라는 차량 성격에는 디젤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체는 단단하고 섀시는 한 덩어리처럼 움직인다. 몇 번 경험해 보면 고속에서 차선을 바꿀 때나 코너링 때 자신감이 생긴다. 운전대를 돌린 만큼만 정확하게 앞머리가 움직인다. 브레이크는 이 덩치 큰 차를 기가 막히게 잘 멈춰 세워 준다. 급제동을 해도 타이어 비명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가혹하게 반복 사용해도 성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

 시승차를 받자마자 줄기차게 밟아댔는데, 그래도 평균 연비는 9.1㎞/L가 나왔다. 가솔린 모델이었으면 나올 수 없는 수치다.

 한상기 객원기자(hskm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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