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 실험실 속의 카카오톡

 카카오톡이 올해 10대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문가와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년 선정하는 10대 상품에 올해는 카카오톡이 갤럭시S2 등을 제치고 3위에 오른 것이다.

 경이적인 현상이다. 카카오톡은 서비스 출시 21개월 만에 3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 4월 1000만명을 돌파하더니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면서 7월 2000만명, 11월에는 3000만명을 돌파했다.

 가히 ‘국민 앱’이라 할 만하다. 최단기간 내 확보한 서비스 가입자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당분간 깨기 힘든 기록임에는 틀림없다. 국내서 2500만, 미국과 일본서 500만명 규모다. 해외 가입자 증가세를 감안하면 5000만명, 1억 가입자도 예상할 수 있다.

 국내 시장 진입은 ‘구글토크’가 앞섰다. 1년 뒤 ‘엠앤톡’이 나왔고 그 이후에야 ‘카카오톡’이 등장했다.

 그런데도 뒤집혔다. 네이버의 ‘라인’, KT ‘올레톡’, SK컴즈 ‘네이트온톡’, 삼성전자 ‘챗온’, 애플 ‘아이메시지’ 등도 출사표를 던졌다. 다음은 특히 ‘마이피플’에 음성VoIP까지 실으면서 1000만 가입자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비교가 안 된다. 왜일까. 우선, 카카오톡은 속도전에 능했다. 발 빠르게 진입해 월등히 많은 가입자를 확보함으로써 시장 선점효과와 선순환 효과를 가로챘다. 조기 시장 진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신규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를 선택할 것이라는 한 발 앞선 사고가 밑거름이 됐다.

 손쉬운 인터페이스도 한 몫을 했다. 구글토크와는 달리 스마트폰에 저장된 지인이라면 자동 등록이 될 뿐 아니라 친구 추천 기능이 있어 연락처가 없는 사람까지 친구로 등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료라는 메시지가 컸다. 강렬하게 소통하면서도 소통의 부담을 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문자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열광하게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에서도 이어폰을 끼고 속삭이듯 말할 필요도 없다. 자판에 열중하는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간간이 혼자만의 은근한 미소가 흐른다.

 카카오톡은 대화의 패턴을 바꾸었다.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변화시켰다. 스마트폰이 일등 공신이다. 민족성과도 맞아떨어졌다.

 시끄럽게 대화하기보다는 조용한 대화를 선호하는 민족성을 의미한다. 더 점잖고 더 의례적인 얘기를 중시한다. 오랜 유교사관 영향이 컸다. 여성들도 수다를 즐기기는 하지만 서구인처럼 시끄럽지는 않다.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메시지서비스의 등장에 열광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이 지금처럼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까.

 아직은 카카오톡이 SMS를 넘어 SNS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물론 메시징 서비스 플랫폼에서 정보 플랫폼, 소셜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해 이용자들을 모으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등장시켜 포털을 대체하고 게임과 커머스 등을 수익모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통신사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거대 포털과의 일전도 남아 있다. 단말기 제조사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글로벌 메신저 업체들의 도전도 위협적이다. 개인정보보호 등 법·제도의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카카오톡의 존재는 카카오톡으로만 끝나지 않고,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생의 새 시대 생태계 구축을 위한 거대한 실험실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네이버와는 다르게 카카오톡의 ‘거대한 실험’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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