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MP3 플레이어, 게임기, TV 등 각종 전자제품 중에서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공정무역 원재료만 사용하는 제조사는 어디일까? 아쉽게도 이너프 프로젝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군데도 없다. 그나마 인텔, MS 등이 중상 단계이며, 우리나라 삼성전자, LG전자는 중하 단계에 해당된다.
7일(현지시각) 미 IT 전문 온라인 슬래시기어는 반전(反戰) 인권단체 `이너프 프로젝트`의 ‘콩고에게 희망을(RAISE Hope for Congo)’ 캠페인의 일환으로 현재 콩고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채굴되고 있는 금광석을 수입, 사용하는 전자제품 제조사들의 공정무역 등급을 발표했다.
다큐멘터리 ‘피의 스마트폰(Blood in the Mobile)’에 따르면 2007년 작 영화 ‘피의 다이아몬드’와 같이 스마트폰, 게임기 등 각종 첨단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금속 광물이 콩고 내란의 전쟁자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광물 채굴에 불법적인 아동 노동력 착취, 폭력과 탄압,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이너프 프로젝트는 대형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이러한 갈등이 내포된 원자재(conflict-materials)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가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자사 공급망에서 이러한 원자재가 포함되지 않는지 원자재 산지 및 획득 방식에 대한 철저한 조사, 사전 대응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가가 기준이다.
순위는 총 4등급으로, △골드스타(완전 공정무역)-공급망에 불공정무역 원재료가 하나도 없는 모범 기업 △그린(공정무역 재료 15% 이상)-공급망에서의 원재료 산지를 추적, 감사, 인증하여 사전 대응하고 있는 기업 △옐로(5~14%)-공급망을 일부 조사하고 있으나 개선 여지가 있는 기업 △레드(5% 이하)-공정무역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기업으로 나뉜다.
현재 골드스타, 즉 공정무역을 하는 전자제품 제조사는 전혀 없으며 그린 등급에 델, HP, 인텔, MS, 모토로라, 노키아가 포함되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옐로 등급이며, 소니, 파나소닉, 샤프, 캐논, 닌텐도, 도시바 등이 최악의 레드 등급이다. 레드 등급 중 샌디스크만 빼고 전부 일본 기업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다큐멘터리 ‘피의 스마트폰(Blood in the Mobile)’은 지난해 10월 제작된 것으로 영화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와 같은 일이 스마트폰 제조 과정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프랑크 피아제키 폴센(Frank Piasecki Poulsen) 감독이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DR콩고 지역에서는 스마트폰 등 첨단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금속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탄압과 폭력을 당하고 있는지, 강제 노역을 당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좁은 통로로 들어가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몸집이 작은 어린 아동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외 무수한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중간 중간에는 열악하기 그지없는 주거 시설과 강제 노역 중 사망한 사람들의 무덤 등이 등장한다.
영화 피의 다이아몬드에서는 결혼식 예물로, 여성들의 선호 보석으로 고가에 거래되는 다이아몬드가 아프리카에서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채굴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강제 노역, 무자비한 인권 탄압, 폭력, 사망과 살상 등 불법이 자행되는 유통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와 동일한 일이 스마트폰과 MP3 플레이어, 기타 전자제품 제조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폴센 감독의 주장이다.
폴센 감독은 동부 DR 콩고 지역을 직접 방문해 금광석 채굴 과정에서 강제 노역 및 인권 탄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으며, 다이아몬드에 이어 전자제품용 금속 광물이 제2의 전쟁 자금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촬영 후 폴센 감독은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공급망에서 불공정무역의 원재료는 구입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콩고에서의 아동 착취, 인권 유린을 방조 내지 도모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뜻이다. 노키아는 폴센 감독에게 아직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슬래시기어는 전했다.
◇‘피의 모바일’ 다큐멘터리
http://youtu.be/wQhlLuBwOtE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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